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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Oct 22. 2023

'나'라는 자기 개념

이별은 소중한 무언가의 상실이지만, 마음의 다른 영역들에 상처를 내고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저 잃어버린 무엇을 애도하는 상담이 아닌, 자존감, 정체성, 감정태도, 삶의 가치관까지도 연결되어 이야기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이별이 건드리고 간 영역을 ① '나'라는 자기 개념, ② '감정'을 대하는 태도, ③ '타인'과 연결되는 능력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① '나'라는 자기 개념


1.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탱해 줄 것이 3가지 이상인가?

2.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엄격한가?

3. 친구가 별로 없거나, 있어도 연인만큼 편하지 않은가?



1.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탱해 줄 것이 3가지 이상인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은 살아가는데 매우 근본적인 힘입니다. 그 힘을 유지하던 것 2-3가지가 동시에 무너질 때, 너무 힘들고 혼자서는 버티기 어렵다고 느끼며 심리상담에 찾아옵니다. 예를 들면, 회사를 그만두고, 연인과도 헤어졌으며, 그 결과 다른 인간관계도 어려워지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직업, 학벌, 친구, 가족, 취미, 외모, 명품이나 자동차 등 어떤 것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유지해 주는지 나열해 보세요. 그것의 개수가 적을수록, 그리고 외부에 있을수록 이별이나 실패에 취약합니다. 외부에 있다는 건, 돈 주고 산 명품처럼 나라는 사람의 본질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해 보여도 패션 스타일이라면 관련성이 훨씬 높아지죠.


만약 연인관계를 통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충족시키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상실을 견디게 해 줄 나머지 수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별은 나락으로 추락하듯 절망적일 것입니다. 혹 이번 이별에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잃어버리셨다면, 이제는 그것을 외부가 아닌 나 자신에게서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성장할 기회입니다.



2.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엄격한가?


대부분의 사회적 인간관계에서는 이성적이던 사람이 유독 연인관계에서만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화가 자주 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연인은 완전히 타인이 아닙니다. 나라는 사람, 자기 개념에 반쯤 걸터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하던 높은 기준의 잣대를 연인에게도 기대하게 되고, 기대의 좌절만큼 화가 납니다. 머리로 생각했을 때는 괜찮은데 마음이 서운하고 불만스럽기도 합니다. 평범한 수준으로 만족할 수 없는 높은 기준의 잣대로 평가하자면 평범함도 실패이자 미달이기 때문이죠. 


연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이 불만족과 화는 스스로만이 끊어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너그러이 만들어야 연인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 변화 가능한 부분입니다.



3. 친구가 별로 없거나, 있어도 연인만큼 편하지 않은가?


어린아이들이 부모와는 잘 지내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두고 배경이 되어 줍니다. 엄마와 아빠라는 호칭부터 자기 중심성을 유지시켜 주는 부분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공부를 잘했다면 더욱 주인공 자리가 익숙할 수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나의 공부를 서포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나를 배려해 주는 가족들의 선택이 너무도 익숙해서 미처 배려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누군가를 위해 나도 불편을 감수하거나, 양보하는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을 수 있죠.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나도 너도 대등한 주인공임을 인정하는 관계입니다. 혹은 내가 조연일 때도 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보다 연인이 편안할 수 있습니다. 연인관계에서는 내가 너무 평범해지는 상황보다는 내가 좀 더 주인공이고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배역을 박탈당했다고 느낄 때, 당신이 느낄 고통은 위기감, 외로움, 초조함, 내가 별 거 아닌 사람이 되는 두려움 등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 관계 속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이별의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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