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는 일
금쪽 상담소 초아 이야기
아이돌 멤버가 되더라도 '그냥' 멤버는 안 되고, 메인보컬이나 어떤 특색을 가져야 하는.
노래 커버 영상을 찍더라도 '그냥' 커버 영상으론 안 되고,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 있어야 하는.
그래야 대중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말하는 초아의 마음을 우리는 모두 언젠가 한 번쯤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왜 반드시 더 나은,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엄청난 경쟁에 내몰려 살아왔습니다. 계급이 없는 사회라기엔 숨 쉬듯이 판단받고, 순위가 매겨졌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이 한창 형성될 청소년기에 '하위권 성적'은 교실에서 외면받고, 작은 실수에도 문제아 취급을 받기 쉬우며, '중위권의 성적'은 '잘했다!'가 아니라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라는, 더 분발해서 상위권으로 올라가야 하는 단계일 뿐이었습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기본 4년제 대학에 각종 스펙은 물론이고 유일무이 독특한 경험이 담긴 자소서까지.
우리는 늘 '평범해선 안 되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몸으로 경험해왔습니다.
'그냥 사람'은 자본주의에서 가치가 낮거나, 경쟁에서 밀려난 존재로 여겨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초아, 혹은 젊은 우리 모두에게 <완벽주의>, 혹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경향>은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생존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엄마의 양육을 문제 삼기엔, 엄마도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일 것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1등이 되지 못한 치욕스러움을 견디고 그나마 나은 내 자리를 찾아서 헐떡이며 발버둥을 치다 보니 번아웃 증후군, 게으른 완벽주의, 공황장애, 우울증 등 수많은 증상이 생겨나고, 이제 사회는 우리에게 너 자신을 좀 사랑해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마저도 '완벽하게',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어 하죠.
이상적이지 않은 내 모습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능력
우리는 그냥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실패한, 잘난 것 없는, 인정받을 거리가 없는, 그저 그런, 상상 속 이상적인 내 모습에서 거리가 먼 현실을 사랑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 현실의 모습은 누구에게 깊이 존중받고 사랑받고 교감된 경험이 적고, 뒤에서 숨겨야 하는, 혼자서만 간직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이상적인 내가 아니어도 괜찮을 수 있을까?
아마 못난 내 모습을 사랑해주라고 하면 그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다가 실패자가 되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느니 나를 좀 미워하더라도 이상적인 모습이 되는 게 낫지 않아?"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는 것은 실제 성장이나 성공과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실패한 나를 사랑해주는 건 계속 실패한 채 지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실패 경험 속에서도 나를 사랑하고, 타인의 실패에도 아파할 줄 알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며, 실패했을 때도 누군가와 늘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그 힘으로 용기를 얻어 오직 실패한 순간에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체험하는, 뜨거운 고통과 배움, 따뜻한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길입니다.
날로 치솟는 자살률을 보면서 조건부 사랑, 조건부 인정, 그것을 넘어서서 '조건부 존재'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적 기준을 세우고, 그 조건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을 사랑은커녕 용서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
그 마음은 사실 살기 위한 발버둥입니다.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번듯하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불안하고 위험한 것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에게 이렇게 말해 주세요.
'나를 지켜주려 해서 고마워. 하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나 실패가 있어. 나에게도 실패가 있고. 또 때로는 성공도 있겠지. 어떤 순간에도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늘 존중할 거야. 누가 무시해도 내가 소중하게 다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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