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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19. 2023

비움의 사랑

비움의 사랑,


나를 비우는 것이 당신을 위한 최고의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투명하게 할 때 그 자리에 상대의 존재가 온전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네가 되어버리니까. 네 존재가 되어 네 사랑을 감미할 수 있고 너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가슴은 너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느낌을 나눈다는 건, 사랑이라고 명명한 그 단어로는 부족한. 살아있는. 경계 없는. 깊어서 흐린, 사랑을 너머의 사랑이다.


무엇보다 비움의 사랑은 기쁨과 행복함과 같은 즐거운 감정과 더불어 그의 고통, 아픔과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최고의 아름다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네 존재가 될 땐 우리의 경계가 사라지니 자연스레 네 품이 내 품이 되고 당신의 모든 것이 경계가 없는 사랑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이건 오직 당신을 위한 사랑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되돌려 이 과정이 나를 위한 사랑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자칫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라 헷갈릴 것 같으면서도 이건 분명했다. 나의 자리에 너를 초대하고 당신이 되어버리는 것을 의도하는 것. 내 사랑과 당신의 사랑, 네 고통과 내 고통도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을 바라는 것. 너의 행복과 아픔그 모든 걸 나누고 싶다는 네 존재를 사랑하는 방식.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주도적인 어쩌면 제일 큰 사랑.


투명해지는 것. 있는 그대로 내 모든 걸 당신을 위해 내려놓는다는 마음을 내는 것. 이것도 찰나고 순간적이지만, 오늘 아주 조금 느껴본 것 같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애써보고 싶은 참 아름답고 경이로운 사랑의 모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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