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죽음, 死 (명사)
죽는 일.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우리 집엔 손톱만한 집거미가 많아.
덕분에 다른 벌레가 없지.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가니 저 타일 구석에 나방파리 3-4마리와 조그마한 검은색 거미가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게 나방파리를 잡으려고 사두었던 살충제를 꺼내 들었어.
칙.칙.
뿌리는 순간부터 후회했어.
무의식적으로 살충제를 뿌렸지만 검지손가락으로 스프레이 손잡이가 눌리는 그 순간 아차. 했어.
없애려던 나방파리는 금세 날아가버렸고, 작은 거미는 살충제에 맞아 발버둥 쳤어.
몸을 웅크리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살려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어.
바보같이 살충제를 분사한 난 계속해서 후회하며 거미를 더 열심히 지켜봤어.
너무 안쓰러워서 거미의 마지막을 눈에 담고 싶었어.
단 한순간도 거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어.
거미가 우리 할아버지 같았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던 우리 할아버지랑 너무 비슷했어.
상황도 비슷해.
일부러 죽이려고 했던 아니던 난 거미에게 살충제를 뿌렸고,
할아버지가 힘들어할 때 난 잘 챙겨드리지 못했으니까.
거미는 타일 하나를 채 넘지 못하고 뒤집어져 웅크린 채 죽어버렸어.
내심 기대했어. 몸부림치다가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 자리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숨죽여 울었어.
거미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할아버지에게 느끼는 미안함과 너무 비슷했거든.
이전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한낱 '거미'의 죽음이었겠지만,
현재의 나는 생명이, 죽음이, 괴로움이, 고통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눈물이 났어.
거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휴지로 거미를 치웠지.
치우는 순간에도 내심 다시 움직이길 바랐어.
후다닥 도망가기를.
하지만 거미는 움직이지 않았지.
이 순간을 그림에 남기고 싶었어.
그림 속에는 내가 본 거미의 죽음의 순간이 모두 그려져 있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천천히 웅크려가며 뒤집어지는 생명.
그 존재가 어떤 상태로든 다시 살아가길 바랐던 마음을 종이학으로 연결했어.
내용이 너무 칙칙하지? 좋은 이야기도 있어.
몇 주 후, 색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해 보이는 거미가 화장실 천장에 나타난 거야.
너무 고마웠어.
갈색빛이 나는 거미였는데 구석에 금방 자리를 잡았지.
나방파리가 그렇게 많은데도 사냥을 잘 못하더라.
그래서 가끔 물을 튀겨 나방파리가 일부러 움직이게 만들어서 갈색 거미가 사냥을 할 수 있게 몇 번 도와주었어.
이상하지?
나방파리도 생명인데 왜 그건 안 슬퍼하는 건지?
글쎄.
모르겠어 나도 그건.
화장실을 갈 때마다 갈색거미를 보며 인사하고 재밌었어.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
어딘가 가서 번식하고 잘 살고 있을 거야.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언젠간 죽겠지.
난 사실 나의 죽음은 두렵지 않아.
다만 다른 사람의 죽음이 너무 두려워.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를 숨 못 쉬게 하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다 되어가.
이미 내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우리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난 여전히 슬프고, 마음이 아파.
오늘도, 어제도, 이틀전도, 삼일전도 울었어.
이제 우는 건 나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어.
매일 같이 우니까 말이야.
난 할아버지가 어떤 형태로든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길 바라.
배가 아프지 않고, 맛있는 음식 드시며, 막걸리도 마시고, 자전거도 타면서 말이야.
만약 우리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당신에게도 있다면
그 상대가 누구가 되었던 기도 할게.
그분도 행복하게 편안하게 지내고 계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