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모르겠을때 (11/100)

혼란 속 질서 만들기

by 비비안





이 그림은 10번째 그림을 그린 후 바로 연달아 그렸어.


아직 10번째 그림의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 글 하단에 링크를 걸어둘게.




그림 속을 보면 혼란스러운 듯 본인의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있어.

그 뒤엔 몇 개의 액자들이 있지. 그 속엔 초상화가 있어.


이 소녀가 그린 그림일까?

가족사진일까?

본인의 셀카일까?



보는 사람마다 해석은 다르겠지만 나의 해석은 이래.

이 소녀는 자신의 자아가 여러 개라 혼란을 겪고 있는 거야.

화날 때도, 신날 때도, 무기력할 때도, 슬플 때도, 진중할 때도, 못될 때도 모두 이 소녀의 자아인데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걸꺼야.



요즘은 참 좋은 단어가 생겼지.

"페르소나(persona)"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아.

"페르소나란 개인이 사회 속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타인에게 보여주는 외적 자아이며, 본래는 라틴어로 '가면'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적 가면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쉽고 빠르게 변화하며 적용하지.



융(C.G. Jung) 심리학적으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본다면....


자아에는 이런 것들이 있대.

페르소나: 사회적 가면
에고(ego): 의식적 자아
그림자(Shadow): 억압된 무의식의 일면
아니마/아니무스: 성별 반대 성향의 무의식적 자아
셀프(Self): 전체 자아, 존재의 중심이자 완전함


정말 깊고도 넓지?


어쨌든 그림 속 소녀는 이런 여러 가지 자아들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거야.

누가 진짜 자신인지 모르겠거든.


화내는 순간이 나인건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순간이 나인건지.

헤죽헤죽 웃으며 행복해하는 순간이 나인건지.

정만 모르겠거든.


너는 알겠니?

어느 순간이 진짜 너인지?


나는 모르겠어.

그리고 그걸 모른다는 것은 엄청난 다양성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굉장한 혼란을 줘.

자아로, 내면으로 깊게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어.


제 삼자로 나를 관찰하는듯한 느낌.

트루먼쇼처럼 타인이 나를 지켜보는 느낌.

근데 내가 나를 지켜보는 거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되게 정신없고 미친것 같은 느낌이야.


난 꽤 자주 이런 상황에 빠져.

그림 속 소녀처럼 말이야.


그래서 나만의 장치를 만들었어.

남자친구의 현실적인 말들, 현실적인 주변인들과의 만남, 사람들이 있는 외부, 운동, 찬물 샤워.


이 다섯 가지는 내가 찾은 장치들이야.


다시 나를 "현실"속에 데려오는 감사한 것들이지.

나는 앞으로도 내 내면을 더 깊게, 더 많이, 더 오래 관찰할 거야.


그림 속 소녀처럼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라고 외치는 순간이 또 오겠지만 나의 자아를 하나둘 탐구할수록 나를 더 깊게 알아가는 느낌이고 언젠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가장 큰 좋은 점은 나의 예술관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지.




미술을 다시 시작한 지 반년정도가 지났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난 얼마나 변화되어 있을까.


그날을 위해 계속해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를 연구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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