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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May 18. 2023

[북리뷰] 아무튼, 요가 YOGA (박상아 지음)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에 관심이 많다. 

아무튼...이라는 단어가 좋다.

이번엔 요가다. 

표지에 있는 저 그림처럼 하고 싶다.


작가는 2011년 뉴욕으로 날아가서 우연한 기회에 계획에도 없던 요가 강사가 되었다.





[본문 중에서]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또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데 왜 잘하고 못하고를 남이 평가하려 드는가? 

--<내생각>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고 한다. 많이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잘하고 싶다. 어느 정도 수련을 하면 요가를 좀 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내 몸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요가를 하고 싶다. 이제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어졌다.


그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요가복은커녕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올 대로 나온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괜찮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 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만 두리번거리는, 그러다 옆 사람과 부딪히면 서로 헐뜯으며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내게 다가온 빈야사 요가였다. 완벽하게 자세를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 멋진 요가복을 갖춰 입지 않아도 괜찮다. 앞사람에게 머리를 발로 맞아도 괜찮다.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그날 뉴요커들이 추운 날 길거리에서 줄을 설 정도로 열광하는 빈야사 요가였다.

--<내생각> 이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졌다. 요가 매트를 들고, 줄을 서고, 자기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묵묵히 집중하면서 요가를 하고 있는 뉴요커들이라.. 멋지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따져야 하는 것이 많은 나. 아직 멀었다. ㅠ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던 2분 샤워는 오히려 내게 느긋함을 선물해 줬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한 청결함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땀 좀 흘려도 괜찮고, 가방 좀 바닥에 내려놔도 괜찮고, 맨바닥에 앉아도 괜찮다. 멋 좀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왜 그동안 그것들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당연히 괜찮지 않다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내생각>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언제부터였을까? 누구에게 배워서 알게 된 것일까? 지금까지 모르고 지내온 것들이 많다.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그걸 알아야 한다고 공부해야 한다고 그 정도만이라도 알려주지..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산 걸까? 

호흡에 집중하면서 수련을 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요가를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외쳤던 것을 알았다. '난 당신들보다 영어는 못하지만 요가는 잘해! 나를 봐! 당신보다 더 요가를 잘해! 멋진 나를 보라구! 나는 그렇게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혼자 경쟁을 하면서 잘해 보이기 위해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은 몸을 더 많이 꺾어야 잘하는 거라는, 단순히 자세의 난이도로만 요가를 생각했다면 이후로는 호흡과 밸런스가 맞았을 때의 몸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생각> 아주 어릴 적 요가를 처음 했을 때, 호흡하는 방법을 몰라서 너무 어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때.. 그때부터 조금씩 포기하지 않고 했다면 나도 요가로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텐데.. 후회가 된다. 요즈음에는 후회투성이다. 


언젠가부터 현재 상황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반복적으로 엄습해 오고 그로 인한 불안과 공포, 우울의 시간들이 늘어만 갔다. 갑자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상황을 벗어나지 않으면 정말 그대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내생각> 작가는 뉴욕에서 이런 생각을 할 때, 요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요가.. 점점 궁금해진다.


스스로에게 너무 놀랐다. 자신감에 절어 살던 나라는 인간이 언어 하나 때문에 그런 극도의 공포까지 경험했다는 것이.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 공황장애의 증상들이라고 한다. 너무나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진짜 포기하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자괴감에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푹푹 쉬며 며칠을 고민하다가 무조건 수업을 통째로 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생각> 살면서 이런 순간을 만나게 된다. 포기하거나 외면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정면 승부하려면 힘이 든다. 아프다. 그래서 그걸 넘어서야 한다. 


"10년 뒤에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워크숍을 하는 요가 강사가 되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게 꿈이라서 적은 게 아니라 뭐라도 적어야 하겠기에 일단 그렇게 적었다. 그 김에 이어서 또 하나 적어보았다. "쉰 살에 인터내셔널 요가 챔피언 대회 시니어 부분에 나가서 우승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두 가지를 적고 나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10년 뒤에 워크숍을 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니까 일단 공부를 해야 돼. 그럼 미친 척하고 공부하는 데 한번 투자해 보자.'

--<내생각> 웃을지 모르지만 위의 생각을 나도 한 적이 있다. 요가를 배우지도 않고, 시작도 안 했지만, 요가 강사를 검색한 적이 있다. 진짜다. 나이가 들어서 흰머리의, 멋진 요가 강사로 다른 나라 어르신들의 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 멋지게, 건강하게 나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ㅋㅋ 요가도 안 하고 시작은 아직도 안 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가능할까?



아무튼 시리즈에는 무언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글로 써 놓은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독자인 나도 작가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기분이 든다. 아.무.튼. 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그런 것 같다. 얇은 책도 그렇고, 현란한 편집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저 글이 있다.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하루키,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후드티.. 이런 걸 글로?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다. 재미있다. 다음엔 어떤 걸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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