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전화해보기

매일 글쓰기 41일 차 (2023.06.02)

by 장보라

나는 전화를 잘 못한다.


꼭 전화해야 하는 사정이나 이유가 있어야 전화를 한다.


전화하기를 불편해하는 요즈음 아이들의 특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ㅋㅋ 이건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요즘 아이들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다.


친구들과도 약간의 거리가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게 편하다고 한다. 나도 지금껏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사람이 큰일을 겪고 나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가 보다.


요즈음에는 내가 지금껏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아무 일 없이 지인에게 전화하기다.






얼마 전에 인생을 포기할 만큼 힘든 일을 겪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임에 갔다가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듣게 된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평소 깔끔하고 계획적이며 아무 일에나 나서지 않는, 완벽주의자인 그 친구는 사기를 당했다. 본인 스스로도 어이가 없고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그저 들어주는 일, 가끔 맞장구를 쳐주는 일밖에 나는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친구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조금 편안해진다는 말을 하고 나와 헤어졌다.



나는 안다.


힘들 때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어 놓는다는 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정말 힘들 때는 말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를 했고 슬슬 이겨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제 갑자기 물건을 정리하다가,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잘 있겠지. 전화해 볼까? 아니 그냥 카톡에 메시지를 남길까?'


머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용기를 내서 전화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전화 가능?' 정도의 문자를 보냈을 것 같은데, 그냥 전화번호를 눌렀다.


30분 이상의 통화가 이어졌고 내 근황이야기, 그 친구 이야기가 막 섞여서 나눈 대화지만 좋았다. 내가 더 좋았다. 그 친구도 알고 있다. 내가 그냥 전화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야?'

'아니, 그냥 전화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끔 해보려고 한다. 나도 먼저 손을 내밀고 만나자고 하고, 별일 없이 그냥 전화하고, 별 뜻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왜 지금껏 그러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인생을 산 걸까? 꽤나 괴팍한 사람이었나 보다. 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보면 되는 일들이 있다.

나에게는 그중에 하나가 전화하기다.

내일은 누구에게?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41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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