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일상기록

매일 글쓰기 46일 차 (2023.06.07)

by 장보라

오늘까지 반납해야 해.

오늘은 해야 할 게 많은 수요일이야.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대출기한이 오늘까지다.

오늘까지 2권을 반납해야 한다.

물론 하루 더 있을 수도 있다.

페널티가 주어지지만 그랬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건 잘 지키고 싶다.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썼다.

마스크(?) 써야 하나?

요즈음 규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마스크 하나를 주머니에 넣는다.

반납할 책을 두권 들고 밖으로 나선다.

가까운 주민센터의 2층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집에서 가장 가깝다.


아파트를 벗어나자 인접한 중학교의 하복을 입은 친구들 무리가 보인다.

지금 하교를? 너무 일찍인데 머지?


나의 아이가 중, 고등학교를 벗어나면 학교 스케줄에서 무감각해진다.


아들이 학생일 때는 학교일정, 특히 시험일정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모두 딜리트된다. 아이들의 시험기간에는 엄마들이 약속도 잡지 않는다. 동네 미장원은 손님이 없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오늘은 왜 이 시간에 아이들이 무리 지어서 학교밖에 있는지는 모르는 채로 나는 길을 건넌다.


'익숙한 길로 갈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를 잠시 망설이다가 익숙한 길로 방향을 잡는다.

그 길에는 바뀐 풍경이 없다.


이 길은 지난번 새롭게 맞춘 안경점 앞을 지나게 된다. '안경을 조금 조정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안경점 안에 들어선다. 이 동네에서 조금 큰 이 안경점은 예쁜 안경테와 최신 랜즈가 많은 곳이다. 얼굴보다 조금 커서 불편한 안경테를 조정해 달라고 사장님께 맡긴다.


나의 눈은 안경테가 전시되어 있는 유리 안으로 향한다.

'어디 좀 볼까? 어 저 테 이쁜데...'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사장님께서 나의 안경을 가지고 오신다.

'한번 써보세요.'

'음 이제 맞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거 한번 써볼 수 있어요?'

나는 손으로 아까 찜한 안경테를 가리킨다.

'그럼요.'

안경점 사장님은 손을 넣어서 내가 찜한 그것을 꺼내어 주신다.

나는 안경테를 건네어받았는데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많이 사악한 가격이네요.'

'요즈음에 이 테가 유행이어서 강남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해요.'

'아! 왜일까요? 그 정도는 아닌듯한데 ㅎㅎ'


안경테는 군더더기 없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대비 당장 구입할 것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안경점을 나왔다.



시원한 안경점 밖의 길은 6월 한낮이어서 햇살과 공기가 여름이었다.


빠르게 걸음을 옮겨서 신호등 앞에 멈추어 섰다.


길건너의 보도블록 공사하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에 공사하시는 분들이 점심 후 낮잠을 자고 있는 것도 보였다. 아 이렇게도 하는구나.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이긴 했지만 나무로 가리어져 있었고 점심식사 후 잠시 낮잠을 청하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하지만, 처음 보는 장면이기도 했다.



익숙한 주민센터 2층으로 올라간다.

주민센터 2층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다른 곳에서 빌린 책도 이곳에 반납할 수가 있다.

데스크에 2권의 책을 올려놓는다.

'반납이에요. 감사합니다.'



1층으로 내려와서 잠시 망설이게 된다.

왼쪽으로 가면 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있다.

'아 지갑을 놓고 왔구나!'


그냥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겨서 걷는다.

신호등 앞에 서니, 길가에 '타일러 라쉬'의 얼굴이 있는 현수막이 보인다.

아 구청에서 하는 특강에 타일러가 오는구나.

한번 만나고 싶긴 한데, 특강 내용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

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숲이 우거진 길로 갈 때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서 왔다. 오늘은 다행히도 도서관에서 새로운 책을 빌리지 않고 바로 나올 수 있었다. 집에 읽고 싶은 책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잘했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을 이렇게 자세히 적어보기는 처음이다. 이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글쓰기 방법인 것 같다. 더 자세하게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날씨와 하늘 모양과 공기의 느낌, 지나간 사람들의 모습까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

2023년의 6월은 행복하다.

시간이 몽땅 내 것이다.

(어제의 북리뷰가 아직 잔상이 남아서 이런 생각을... ㅎㅎ)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46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