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 ritual이라는 단어가 자꾸 들린다.
원래 리추얼은 종교적인 의식,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종교의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엔 들리는 리추얼은 나만을 위한 루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루틴과 조금 다른 점은 루틴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같이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만을 위한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점에서 체크리스트를 들고 지켜야 하는 루틴이나 계획과는 조금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좋아하는 게 많아지면 내 시간을 세세하게 보고 느껴지기 때문에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아 ~ 나 이거 좋은데,..' 하면서 이름이 지어지고 나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아주 세세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문구를 좋아하고 펜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번 쓱~ 써보고 맘에 안 들면 그 필기구의 가격과는 상관없이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찾게 된 나의 인생 펜이 몇 가지 있다. 이럴 때, 이 펜 이런 순간에 이 펜.. 이렇게 정해져 있다. 일기장은 만년필을 쓰는 데, 만년필 촉이 EF인 것 만 쓴다. 그냥 F는 내가 원하는 그런 슥~하는 손끝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만년필의 브랜드마다 EF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다시 내가 좋아하는 EF 촉의 만년필을 찾기 위한 작은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ㅎㅎ
나만의 리추얼 중에 하나를 더 밝히자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러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글을 쓰기 전에 간단한 의식이 하나 있다. 키보드를 1회용 알코올 솜으로 닦는다. 이유는 손가락의 축축한 온기로 인해서 키보드가 살짝 미끄럽게, 얼룩덜룩하게 변해져 있는 것을 닦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면 뽀송뽀송해진 키보드를 탁탁 치면서 이런 글을 쓰는 순간이 너무 좋다.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한데 거기에 조금 더 살짝 선물 주는 느낌(? 표현력이 부족하다 ㅠㅠ)
생각해 보면 작디작은 나만의 리추얼들이 많다.
이제 하나씩 이름을 붙여서 적어보아야겠다.
지금은 새벽 4시 15분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서 탁탁 키보드를 두들기는 내 손이 예쁘네. ㅎㅎ (못 말린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