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길의 여유 Oct 01. 2023

아직도 설레다니!

작은도서관 운영

2020년부터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던 센터에서 2022년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센터와 공동운영을 하던 우리 봉사단에서 자체 운영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의 찬성으로 처음부터 도서관 운영에 참여했던 몇몇이 제안서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준비위원으로 위촉받은 나는 회원들과 봉사단 창단 이래 활동했던 자료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찾아낸 자료를 기본으로 증빙 사진도 첨부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단체 소개난에 연혁부터 시작하여 9년 동안의 활동내용을 써 내려갔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도서관 운영을 포함한 교육, 문화, 사회공헌 9년간의 활동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면면히 새록새록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의논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구체적 실행으로 옮기어 확장되고 전문화된 시간들.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를 넘어선 열정으로 서울 시내 이곳저곳 잘못된 외래어 표기판을 답사하고 개선 사항 리스트를 작성했던 일 등. 회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재능을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모든 활동에 녹아 있었다.
 
 이러한 활동 경험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작은도서관 운영을 직접 하고자 손발을 걷어붙이니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관공서의 양식에 맞춰 운영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중 작가와의 만남과 사람 책은 비현실적(?)인 예산으로 운영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지인 찬스 이용하여 자원봉사로 운영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마감시간에 맞춰 운영 계획서를 낸 다른 경쟁 단체와 함께 관계기관에서 대면 심사를 받았다. 발표를 맡은 나는 심사를 받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한 후 몇 번의 예행연습과 예상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 등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발표에 자신이 있었다.
 
 심사 당일은 초겨울의 비바람으로 체감온도 영하 6도로 쌀쌀한 날씨였다. 평소 하지 않던 화장도 하고 의복도 단정하게 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발했다. 
 
 회의장 대기실에서 마주친 경쟁업체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에 기죽지 않았다. 첫 번째로 심사받기 위하여 회의장으로 향했다. 넓은 회의실 가운데 6명의 심사위원이 양쪽으로 3명씩 마주 보고 앉아 있었고 회의실 가장자리에는 담당자들이 앉아 있었다. 내가 발표하기 위해 가운데 서자 실내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자료 화면과 나를 향한 스포트라이터만 켜졌다. 실내의 후끈한 공기와 강렬한 조명과 두꺼운 마스크를 한 나는 호흡이 가빠져왔다. 정말 프레젠테이션에 자신 있었다. 슬라이드를 보지 않아도 너무 잘 아는 내용이었고 다양한 활동 덕분에 프레젠테이션이 익숙한 상황임에도 회의 장안의 더운 공기와 마스크 안의 열기는 참기 힘들었다. 제한 시간 10분을 위해 공들인 며칠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숨 찬 시간이 지나갔다. 마음속으로 이 정도는 자신 있다고 외쳤건만 웬걸! 끝나고 난 후 나의 자만과 교만에 대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실수로 수탁기관으로 선정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면 심사 3주 후 우리 봉사단이 운영기관으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공고가 관공서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최종 선정을 위한 심사에서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전문가인 사서 공백을 메웠던 것과 다른 도서관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했던 상황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년 동안 커뮤니티로 소소히 활동했던 봉사단이 비영리 임의단체로 다시 태어나고 규모는 작지만 한 기관을 책임지고 운영하게 되는 과정으로 성장해 가는 순간들은 가슴 두근거리고 짜릿한 경험이다.
 
 2022년부터 시작되는 도서관 활동을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이전 08화 외국어 표지판 개선 활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