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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길의 여유 Oct 01. 2023

외국어 표지판 개선 활동

외국어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

외국어 봉사단 회원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방법을 찾던 중 외국어 표지판이나 안내판 (이하 표지판) 오류를 바로잡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시내 주요 관광지, 시설물, 도로, 교통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잘못된 외국어 표기나 외국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자주 발견 된다고들 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언어별로 조사해 보기로 했다. 한 달간 개인별로 발견한 잘못된 표지판을 사진 찍어 각자가 개선안을 발표했다. 조사한 것들을 명단으로 만들어 보니 과연 우리가 제대로 짚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국립 국어원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외래어 표기법 강의를 들었다. 국가에서 제정한 외래어 표기법이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게다가 개정된 분야도 있어 섣부른 판단으로 오류라고 한 것들이 올바른 것도 있었다. 


자체 조사와 교육을 통해 기준을 세운 것이 2015년이었다. 표지판 오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18년 4월, 여행으로 방문했던 중국 장가계 인근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어로 써놓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지시한대로 줄을 써서 기다리시오.  비행기가 이록하기 전 30분까지 탐승 수속 취급이 정지됩니다.」
 
 우리나라 말을 이렇게 써 놓다니. 한심하고 기가 막혔다. 담당자를 찾아가 제대로 표기하라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마도 번역기를 돌렸거나 한국 표준어쓰기에 취약한 조선족들이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 짐작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외국어 봉사단 회원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자 다들 해외여행에서 본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사례로 보아 나라에서 앞장서서 개선해야 할 것들이라 생각되었다.
 
 2018년 6월 00구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 몇몇 곳의 외래어 안내 표지판을 모니터링했다. 영어, 중국어, 일어로 팀을 구성하여 잘못된 표기들을 사진을 찍었다. 같은 지역임에도 다르게 표기한 것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잘못 표기된 곳을 취합하여 언어별로 모여 타당성을 토의했다. 문법이 맞는지, 현지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 다툼이 있는 다양한 해석들은 우리보다 더 학문적으로 전문가 지인을 통해 재해석했다. 최종 점검은 언어별로 모여 함께 진행했다. 타오르는 학구열로 인해 토론의 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뜨거워 지곤 했다. 열기를 상쇄할 만한 장외 시간도 마련하여 우의를 더욱 돈독히 했다. 이렇게 하여 나온 결과물을 00 구청에 개선사항으로 제안하려 하였으나 경직된 조직문화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뜻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공무원들은 매뉴얼에 나온 것 이외에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허탈했다. 우린 ‘자원봉사’했다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가 찾아낸 오류들 중 일부 영문을 소개한다.
 다문화거리 : Street for Food Street--> 수정문구 Multi-Cultural Street (Food Street)
 송해길: Songhae gil/Songhae street --> 혼용되어 있는 것을 통일해야 함
 공중전화: Public Telephon --> 수정문구 Public Telephone
 종합체육관: Physical plant--> 수정문구 Sports complex or Arena
 
 2019년도에는 00 구청의 웹사이트를 모니터링했다. 2018년도와 같은 방법으로 활동하여 결과물을 00 구청에 제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2020년 평소 외국어봉사단의 활동을 관심 있게 보던 50+  도심권 담당자가 서울 도보 해설 관광코스 19개소에 대한 외국어 안내 표지판 오류 모니터링 활동을 제안했다. 그동안 우리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서울시 지원 하에 '외국어 사업단'이란 이름의 공식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되었다. 19개 코스를 4인이 한 팀이 되어 5개월 동안 답사하여 모니터링을 했다. 코로나 19로 고궁을 포함한 많은 관광코스가 휴관되어 모니터링은 어렵게 어렵게 진행되었다. 잠시 개관되는 시기에 또다시 방문하여 휴관 시 미쳐 볼 수 없던 부분을 다시 해야 했다. 모든 사진에 GPS가 나오도록 찍어야 했다. 관련 부처에서 위치를 확인할 때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회원들의 땀으로 만든 1차 자료를 2차 수정 작업을 거쳐 3차 최종 검토 후에 제안서를 만들었다. 조사한 표지판 수가 574개, 확인된 오류 및 개선 제안 표지판수 223개(영어: 115개/일어 :19개/중국어:49개)였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회원 중 몇 사람은 학창 시절 넘나들던 추억의 동네가 답사경로 중 있어서 오랜만에 청춘의 한 자락에 흠뻑 빠졌다.  함께 답사했던 우리들도 덩달아 그 시절로 돌아가는 행운을 가졌다. 우리 세대 서울 사는 사람들은 서울 고궁 중 적어도 한 곳 이상과 얽힌 추억을 갖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마음 한쪽에 아직 남아있는 아련한 추억을 소환한 시간들은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잊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발견한 오류에 대하여 토론하고 정리하며 한 아름 수다꽃과 유쾌한 지적 유희를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과정은 고생스러웠지만 즐거웠다. 
 
 2020년도의 공헌활동이 2021년 서울 도보해설 관광코스 6개소의 외국어 표지판 모니터링으로 이어졌다. ‘액티브 외국어 봉사단’ 이란 이름에 걸맞은 외국어 표지판 개선 활동은 풍부한 경험과 외국어 재능을 가진 회원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우리가 보람을 느낄 때는 잘못된 것이 수정될 때인데 보고서를 보내도 답신이 없거나 수정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인적 물적 자원 한계로 담당부처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전문 재능을 가진 50+ 세대가 보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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