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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길의 여유 Oct 02. 2023

Think Globally, Act Locally

세계시민교육

25년간 외국계 회사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해봤고 외국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업무를 했었기에 열려있는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출장으로 다녀온 나라가 여럿이라 외국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었고 영어가 조금 되는 사람으로 나는 세계시민이라고 여겼다. 


2013년, 코이카에서 ’ 개발 협력‘이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 ODA 자격증을 갖게 되었다.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하며, 개발도상국 정부 및 지역,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되는 자금이나 기술협력을 포함한다. 이어서 관련된 ’ 세계시민 교육‘도 알게 되었다. 책을 사서 내용을 읽고 난 후 더욱 가슴이 뛰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싶었다. 다문화뿐 아니라 환경, 인권, 교육 등 내가 추구하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교육을 찾아보았다. 여러 곳에서 교육 중이나 내 일정과 맞는 곳이 없었다. 무엇이든 제때 되지 않으면 일단 시기가 안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는 잠시 숨을 돌리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드디어 2017년 봄에 기회가 왔다. 이름하여 '세계시민 강사 양성과정 입문' 신청서를 써야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대목이다. 그냥 하고 싶어서 신청하는 것인데 이것저것 요구하는지 못마땅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 아프다.


 그들이 요구하는 항목들을 간추려서 후배에게 보냈다. ’ 너라면 어찌 쓸래?‘ 중학생 아들 둘을 둔 후배에게 자동으로 나온 내용 중 가장 간단하고 맘에 드는 몇 가지를 골라서 내 것으로 만들어 제출한 후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7년 봄에 강사교육을 받았다. 주 1회 그것도 저녁에 멀리(?) 안암동까지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든 강의는 참여와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강사로 거듭난 시기여서 매우 재미있었다. 


그 기관은 개발 협력사업 목적으로 아프리카 교육사업을 하는 NGO였다. 반짝이는 젊은이들이 아프리카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돕는 일에 열정을 다해 공헌하는 현장 한가운데 있게 된 것이다. 덩달아 가슴이 뛰었다. 세계시민 교육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참여하며 지구 반대편의 이웃 시민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행동으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다.  


교육이 끝난 후 절차에 의해 참관 2회를 해야만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수업에 보조 교사 자격으로 참관했다. 명석한 학생이어서 시너지가 엄청났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함께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강의를 진행하고 싶어졌다. 기관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  


2018년 봄학기, 서울시 교육청에 올라온 00 중학교 자유 학기 주제 선택 ’ 인문사회‘ 프로그램 제안서를 제출했다. 갖고 있는 교사자격증과 그 학교 교감 선생님의 과감한 모험적 시도(정년에 해당하는 나이)에 힘입어 한 학기를 “세계시민 교육”으로 꽉꽉 채웠다. 그 모습을 눈여겨본 친구의 추천으로 인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한 학기를 하게 되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임원, 아주 특별한 학생들이다. 그토록 미래에 대한 열망과 재치 넘치는 학생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어디에도 없는 보석들이다. 세계시민교육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참여와 연대 방식의 수업이다. 학생들은 세계시민 교육의 주제들을 받아들이는 흡인력은 스펀지 같았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는가는 중요하다. 내가 운영하는 이 교육 과정을 지켜보는 많은 눈이 있었다. 그들이 또다시 나를 다른 방향으로 안내했다. 여성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업 중 일부를 내게 “세계시민 교육” 시간을 배당해 주었다. 이번엔 학생이 아닌 엄마들을 대상으로 수업했다. 말이 경력단절 여성이지 고학력에 의식에 깨어있는 여성들이어서 그들도 나처럼 흠뻑 빠져들었다. 이 교육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시간에 실행하는 팀 프로젝트다. 각자가 세계시민 주제를 선택하여 구체적 실행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 중 ’ 세계시민 교육‘의 본질적 이해와 깊은 성찰이 함께한다.  발표 시간은 감동 그 자체이다. 


3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했던 특별한 경험은  진작 교사가 되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했다.


이제는 생활 속에서 세계시민의 의무와 책임을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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