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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길의 여유 Oct 01. 2023

사회공헌에 눈뜨다

강사와 활동가 입문기

얼마 전 J가 카카오톡을 보냈다.

J는 10년 전 멘토단 사무국에서 함께 1년 동안 활동했던 동갑내기 동료다.     

“오늘 아침 문득 자기한테 감사 인사 보네~~

우리 엄니 기도 첫머리에 항상 저희가 대체 무엇이 관데~~ ^^,

내가 대체 무엇이 관데 이선미 눈에 들어 OO 회에 들어와 7년을 ~~^^,

밥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쑥~~^^”     


2011년 8월, 서울시 00 능력개발원에서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은퇴한 전문직을 모집했다. ‘사회공헌’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한때는 날아다녔을 법한 134명이 뽑혔다.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 지원하여 팀을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가 자리 잡아가던 시기였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협력과 연대를 지향해 우리 사회가 마주한 불평등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사회 서비스 개선,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상생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한다.   

  

모인 사람들은 은퇴 후의 보람된 사회공헌활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조직으로 성장하고자 했다. 기업체 임원, 공기업, 언론, 학교 등 각 분야에서 은퇴한 50 중반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큰 그림(?)을 그려갔다. 말하자면 지금의 50+ 초기 모델이다. 그리고 첫 사업으로 서울시 청년 창업 멘토링을 맡았다.     


PPT를 할 줄 알았던 나는 우리 팀의 발표를 도맡아서 하곤 했다. 덕분에 선배들이 많이 좋아해 주었다. 서울시 청년 창업 멘토링 결과 공유 발표회 때 전체 대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여 좋은 결과를 받이 다음 해에도 연이어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후 운영진이 바뀌며 몇몇 분이 ‘사무국장’으로 나를 추천했고 임명되었다. 134명 중 가장 평판 좋고 인품, 성품 훌륭한 세 명을 추천받아 사무국 멤버로 영입했다.  멘토단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1년 동안 아무 보상 없이 기꺼이 봉사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공동체 활동가로 성장하고 네트워크를 형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에 한 번 꽂히면 무조건  열심히 한다. 그래서 종종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비결이 몹니까?”

“모. 비결이라면 미모 외에 없어요” 이런 유치한 대답이 요즘은 안 통한다. 쩝.  

   

00 개발원에서 ‘취업 의식 고취 프로그램 강사 교육‘을 받았다. 나는 단체의 사무국장으로 강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단원들을 고무시키고 출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그 교육 후 어떤 결과가 올지 아무도 몰랐다. 강사 교육이 끝난 후 두 명이 강사로 선택되었다. 나는 운 좋게 선택되어 강사로 거듭날 고마운 기회였다.     

모든 현실이 그렇듯 양면이 존재한다. ’ 사회공헌‘ 이란 말이 퇴색해지고 회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향해 갔다. 강사로 선택되지 못한 단장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기, 질투, 모함이 난무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뒤로 물러섰다.  단체의 조직이 재편되고 새로이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사람과 단장 사이에 그들만의 권력다툼이 시작되었다. 터널 안은 컴컴하고 답답하여 공기조차 탁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니 밝은 빛이 보였다. 내가 정당하고 부끄럽지 않다면 보상이 뒤따른다.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유형무형의 가치 있는 것들이 보였다. 내가 최고의 수혜자였다.     

결이 비슷한 몇몇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던 중, 조직에서 ’ 면접관‘으로 활동했던 공통분모를 찾아냈고 이를 아이템으로 공동 창직을 했다. 가장 우리에게 알맞은 아이템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했던가. 때맞춰 국내 글로벌 보험회사의 전문 면접관으로 위촉되어 주 2회 면접에 참여하게 되어 한층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1년쯤을 하다 보니 사람을 선발하는 것만 아니라 인재를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인재 고용유지를 위한 EAP라는 근로자 지원 상담 프로그램을 교육받아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     


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는 근로자들의 업무저해요인을 직장, 개인, 건강 가정으로 구분하여 기업 복지적인 시각으로 전문 상담과 정보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담이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연결되고 확장되어 또 다른 인연과 기회를 가져온다. 면접관에서 EAP 상담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멘토단을 접은 후 서울시 이모작지원센터에서 외국어봉사단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중 멘토단 고문이셨던 분이 연락하셨다. 단체에서 몇 안 되는 인품 좋은 분이다. 그분이 이전 조직인 00 동호회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되었고 사무실 운영에 깜깜하니 도와 달라는 부탁이셨다.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분인지라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 주 2회, 3개월만 하겠다 하고 같이 할 만한 사람으로 사무국에서 활동했던 성품 좋은 동료인 J를 추천했다. 흔쾌히 좋다 하셨고 난 3개월 동안 근무하며 운영 행정에 필요한 기초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약속한 3개월 후 사무국에서 활동했던 H를 추천하여 내가 빠져나가도 공백을 없게 했다.     


뒤돌아보니 불필요한 경험과 시간은 없었다. 세상의 어떤 경험도 버릴 것이 없고 모든 경험은 인생 수업이다. 그리고 수업료는 꼭 내야 한다.   

  

멘토단 덕분에 ’ 강사‘가 되었고 활동가로 거듭났으며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삶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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