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의 오전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취업준비생이나 조용히 책을 보려는 중장년층이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인근 기관과의 연계를 고민하게 되었다.
작은도서관의 본질인 독서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졌던 운영 초기, 상황이 나아지자마자 운영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좋은 방안이 될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인근 기관들을 접촉했다. 나는 어린이집과 장애인 복지관을, 동료는 초등학교와 북한 이탈 주민 관련 기관을 맡았다. 우리 도서관 근처에 있는 다섯 곳의 어린이집 중 건널목도 건너지 않고 골목길로 쉽게 올 수 있는 어린이집부터 전화를 통해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이미 작은도서관 존재를 알고 있어 쉽게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나이에도 공적인 업무로 방문하여 취지를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첫 방문한 어린이집에서 본 잘 정돈된 책 코너를 보며, 우리의 제안이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 했다.
한 달 후 네 개 반의 어린이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3, 4, 5세 아이들의 방문이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아이들의 숫자를 보며 저출산 문제를 실감 중이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 도서관 예절부터 시작했다. 첫해는 자유롭게 책을 보도록 했더니 그들이 가고 난 후 도서관 어린이실은 초토화되었다. 마구마구 뽑아 읽고 놓아 산더미 같이 쌓이는 책으로 활동가들이 정리하느라 기진맥진하게 되었다.
이를 경험 삼아 다음 해에 '도서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이에 맞는 독후활동도 짧고 간단하게 운영하니, 아이들의 도서관 예절도 좋아지고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한 어린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아왔을 때였다. 자신이 매달 와서 책을 보는 곳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날 엄마도 도서관 회원이 되었다.
이런 순간들이 있어 작은도서관 운영이 힘들어도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