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와의 업무 협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2023년 7월 초, 도서관 업무로 분주했던 오전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세 여자가 서가에서 책을 고르며 흘금흘금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시선을 향해 미소 지으며 다가갔다.
"어떤 책을 찾으시나요?" 물었더니, 그중 한 분이 "아! 전 이 도서관 독서동아리 회원, 김 00이에요." 답했다. "아하, 어쩐지 익숙한 분이라 생각되었어요." 대화를 이어갔다. 세 사람은 종로구 관내 만 65세 이상 1~2인 가구 어르신들의 건강한 활동을 권유하기 위해 보건소에 특별히 채용된 지역 활동가들이었다. 시니어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 발굴과 실행 장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도서관이죠!"라고 맞장구를 치니 아주 좋아했다. 8월에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역활동가들과 나는 주 1회 직접 만나 프로그램에 필요한 사항들을 의논했다. 지역 활동가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발굴한 시니어 8분을 대상으로, 도서관의 일정에 맞춰 매주 수요일 오후 약 90분간 5개 다른 프로그램을 각 2회씩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날 중 가장 젊은 날인 오늘! 오늘을 더욱 기쁘고 깊게 즐길 수 있도록 '나다움'에 다가가는 다양한 활동 및 체험'이란 서브타이틀로 시니어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시니어의 다양한 요구와 관심사를 반영하여 예술, 문화, 교육 등으로 그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과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기본적으로 4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참여자 모으기, 일정 조율, 예산 확보, 적합한 강사 선정이 그것이다. 작은도서관은 팍팍한 예산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도 사람 책에 참여했던 분과 시니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 몇 분이 재능기부로 해결했다.
시니어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 함께한 지역 활동가들의 열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이래서 협업은 즐겁다.
드디어 시작된 10월 둘째 주 첫날, 두 명이 늘어난 참여자는 10명이었다. "너무나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참여자의 종강 소감 발언으로 4개월간의 노고가 다 풀리는 듯했다.
한국 사회는 관계 지향적인 문화로, 사람 중심의 가치가 중요하다.
친밀감과 신뢰감이 형성되면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기관 간의 협업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예상치 못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관 연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어떤 기관과 연계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