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활동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 냄새와 함께 따뜻한 공기가 반긴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과 도서관 활동가들이 어우러져 함께 삶과 꿈이 살아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서비스업이다.  이용자의 환경에 맞추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한다.  도서관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생겨났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도 변화되어 왔다.   도서관은 정보의 재생산과 지식의 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이다’  [IFLA/UNESCO 공공도서관 선언]   

즉, 도서관은 단순히 책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인 것이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주민 지향적이고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를 통해 이용자들을 도서관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하여 공인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서’ 뿐 아니라 자원활동가, 자원봉사자도 필요하다.  특히 자원활동가인 '도서관 활동가'의 역할은 단순히 책을 정리하고 대출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영혼에는 각자의 경험이 새겨진 책들이 들어있다. 개인의 의식은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도서관”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수전 올리언

도서관 운영자와 활동가들 사이의 긴밀한 팀워크는 도서관 운영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 전문 사서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조력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을 자원활동가, 줄여서 활동가라고 부른다.  연륜과 경력이 풍부한  활동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작은도서관의 한계를 보완해 나간다.   

 

우리 도서관은 마을의 문화사랑방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달려와 책을 읽고, 한쪽에서는 취업준비중인 젋은이들이 모여있고, 주부들은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어르신들은 신문을 보러 오신다.  때로는 안심하며 아이들을 도서관에 맡기고 볼일 보러 가는 학부모도 있다.  이 모든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활동가들의 몫이다.     

활동가들과 함께 도서관을 꾸려가는 일은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함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을 받게 하며 도서관이라는 나무를 키워나간다. 때로는, 가끔은 버거운 이용자들 덕분에 역량 강화의 시간도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 자라나는 도서관을 경험하면서 뿌듯함도 커져간다.     

활동가들은 각자의 재능과 열정을 도서관에 쏟아붓는다. 도서관 밴드 매월 한편씩 올라가는 서평,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독후 활동, 초등학교 아이들의 독서토론 향상을 위한 독서토론 프로그램, 부모를 위한 가정에서 실천하는 하브루타 대화법,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자유여행을 소망하는 성인들의 지구촌 여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힐링 그림책 정원에서의 산책, 미리 준비하는 삶의 예술-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설명회, 사람책을 통한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갈증 해소 등 다양한 활동들이 모여 우리 도서관에서의 시간들을 풍성하게 만든다.  

   

물론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산 부족, 공간의 한계, 인력 부족, 간혹 어긋난 이기심으로 인한 문제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해결책을 찾아간다.    

  

앞으로도 우리 작은도서관은 책과 사람, 그리고 꿈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활동가들과 함께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작은도서관이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이곳에서 피어나는 작은 씨앗들이 언젠가는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큰 숲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