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토끼 11

11. 꿈에서 보다

by 황은화

그녀는 사흘 동안 잠을 잤습니다. 이틀이 지난 후에야 열이 내리고 헛소리도 멈춰집니다. 깨어난 딸을 보고 어머니가 안심을 합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집이지. 네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사는 네 방. 괜찮니? 너 사흘이나 잤어.”

“나 꿈을 꾸었어.”

“무슨 꿈?”

“꿈에서 토끼를 보았어.”

“어떤 토끼?”

“그런데 기억이 안 나.”


그녀는 꿈에서 토끼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토끼를 묘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깨죽을 겨우겨우 먹고 난 후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 토끼를 기억하려고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혼잣말을 합니다.

“엄마, 들어봐!”


그녀 어머니는 자리에 없습니다.


“엄마, 들어봐! 나는 녀석의 모습은 잘 모르겠어. 그런데 녀석이 어떤 놈인 줄은 잘 알아. 그 녀석은 귀가 몹시 큰 데, 오른쪽 귀가 왼쪽 귀보다 유난히 커. 그리고 녀석은 파란 선글라스를 끼고 허구한 날 립스틱으로 눈 주위에 원을 그려. 그리고는 립스틱을 집어 던지지. 토끼는 배가 고프면 아스피린 두 알을 먹어. 아스피린을 먹으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멈추거든. 이상하게 그 토끼는 당근은 먹지 않아. 이상하지? 그냥 하수구에 집어 던져 버리지. 더 멀리 보고 싶으면 수면제 두 알을 먹곤 해. 토끼 눈이 빨간 건 수면제를 먹어서야. 등이 간지러우면 롤리타 렘피카란 향수를 등에 뿌려, 병은 두 병인데 하나는 몸에 벌레가 생기면 벌레에게 뿌려주곤 해. 그러면 벌레가 도망을 간대. 녀석은 파란 선글라스를 끼고 일기 대신 내 이력서를 보곤 해. 녀석은 내 이력서를 훔쳐 갔어. 그리고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어느새 그녀는 다시 잠이 빠져듭니다.

얼마 후 돌아온 그녀의 어머니는 자고 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낮고 잔잔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요.


'우리 아기 잘도잔다~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잔다 우리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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