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안한다

by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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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사들고 공원에 갔다.
산책은 대단한 결심이 필요 없는 외출이다.

운동이라고 부르기엔 느슨하고, 집에만 있기엔 조금 답답할 때 하는 선택. 그러니까 삶의 중간 지대 같은 것.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 벤치에서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들렸다.


“사랑한다, 사랑 안 한다, 사랑한다…”

아이의 손에 쥐어진 꽃 한 송이의 꽃잎이,

아이가 입을 열때를 맞춰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꽃잎 차례가 됐다.

마지막 잎은 순서상으로 ‘사랑 안 한다’였다. 아이는 꽃잎을 떼며 말했다.

“사랑 안… 한…”


그리고 멈췄다.


잠깐 계산을 다시 하는 얼굴. 이건 아닌데, 하는 표정이 지나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선언하듯 말했다.

“아니야, 이거 아니야.”


아이는 멀리 뛰어가 꽃을 하나 더 꺾어 왔다. 이번에는 속도를 조절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 꽃잎에서 힘주어 외쳤다.

“사랑한다!”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


기쁨에 커진 목소리와 함께 와락 엄마 품에 안기는 아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이란 게 이런거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결과를 수정하는 마음일 수도 있는거지.


걸으며 만나는 장면들이 있다.

계획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들이다.

누군가에 설명하려 들면 조금 싱거운 이야기지만 집 안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 종류의 소리가 있다.

삶이 아직은 귀엽다는 증거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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