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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22. 2024

고구마


고구마를 찐다.


20분을 못 기다려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뜨거운 김에 얼굴을 들이댔다 뺐다 한다.


10분도 안돼 젓가락으로 폭 건들고

그럼 그렇지 아직이지 중얼거린다.


이쯤이면 됐겠지 군데군데 찌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로 물러난다.


다시 열어볼까 하는 망설임에도

냄비에게 눈치 보여 애써 참는다.


시계 초침만 멍하니 지켜보다

고구마의 이름을 급히 짓는다.


무르게 물러진 세 고구마 이름은

‘아참’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시계는 채칵채칵 침 튀게 웃으며

아참 아차차 정신이를 바라본다.


껍질에 녹진히 들러붙은 이들

옷을 벗자 그 이름은 ‘후’ ‘앗’ ‘뜨거’


설레었고 뜨겁게 바라보았지

이름을 붙이고 부르며 사랑했다.


이제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다음이 오면 잠시도 눈을 떼지 않겠다.

온몸 곳곳을 찌르는 상처도 주지 않겠다.

남김없이 온전히 내 안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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