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안그레이 Jun 22. 2024

붕어빵



하얗게 태어나 검게 채워진다


쌀쌀한 세상에 굳은 몸,

백지 봉투 하나 믿고 그 안에 숨는다

종이는 금세 눈물로 젖어 너덜거린다


바스락대는 검은 물결에 몸을 맡기고,

알 수 없는 종착지로 휩쓸려간다

뜨거운 숨에 어둠이 녹아내린다


삶이란 다 이런 거지 뭐,

주변에는 나와 닮은 모두가 있다

아무런 말 없이 각자 외로운 채로


마침내 세상의 빛이 보이고,

누군가 손 내밀며 입을 연다

조심스레 마음을 어루만진다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꼬리부터 덥석 물고 삼킨다


아, 고작 이런 거였나

나는 결국 붕어빵이었나


나란히 파도를 탄 친구들이여

두렵던 때, 빛을 본 그 순간에도

함께라서 영광이었네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만나세

한번 더 부둥켜안고 온기를 나누게




이전 27화 날아라 불씨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