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사랑한 너는 비가 온다 했고
난 빗방울이 떨어진다 했다.
한반도에 그늘이 드리운 날, 비가 떨어졌다.
기다리지 않았으니 온 게 아니라, 떨어졌다.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마다 꿈이 가득했다.
붉은 한 방울, 파란 한 방울 재봉하여 우비를 입자.
푸름이 찢기며 씨를 떨구고, 파릇함은 떨어져 나갔다.
울부짖는 소리로 바람을 적시고, 어미의 눈물로 대지를 채웠다.
한탄이 땅을 치며 산을 무너뜨리니, 고통으로 강이 흘러넘쳤다.
푸름이 떨군 씨는 곧 새 생명을 틔우고
그들의 숨이 안개가 되어 벽을 쌓았다.
피탄을 막는 안개의 벽에 기대어 쉰다.
유월 이십 오일, 비가 떨어진다.
그날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마다 꿈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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