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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May 05. 2024

제가 최고의 시를 썼습니다.

어설픈 순간은 나를 키울 수 있는 순간입니다.


시 제목 :


시하나 쓰려니 이거 빼라 저거 빼라 하여서 때가 어느 땐데 3장 6구 시조라도 써야 하나 마음 가는 대로 좀 쓰면 안 되나 싶지만 겸손이 미덕이니 겸허히 배우는 자세로 시를 쓰려는데 요즘 시대에 3장 6 구로 써서는 도저히 시라 불리지 못할 것 같아 아예 1장 2 구로 써드리는 시


시 본문 :


빼래서 다 뺐더니 이것이 명시구나



이것은 사실 진짜 시로 쓴 게 아니고, 해학쯤 됩니다. 저는 2023년 7월부터 SNS(스레드)에서 글을 게시해 왔습니다. 배운 적도 없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요. 글을 쓰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진심과 생각을, 정말 마음대로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분은 그런 저를 고깝게 보았죠.


알지도 못하는 게,
저걸 글이라고,
저걸 시라고,
쯧쯧


그리고 저를 고깝지 않게 본 이들의 SNS에 들어가 보았더니,


‘좋은 글은 짧은 글이다.’

‘다 빼라, 이거 빼라, 저거 빼라’

‘네 글은 너무 어렵게 써놨어.’

‘이런 주제는 인기가 없고 어쩌고’

‘이목을 끌려면 어쩌고'


이런 말들을 많이 게시해 놓았더라고요. 물론, 다 일리가 있고, 좋은 말일 수 있죠. 그러나 사실 그들은  제가 단지 글을 못쓰기 때문이 아니라, ‘못 쓰는 글‘을 당당하게 올리는 꼴을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조금 안다고 해서 폼잡고, 누구 눈치나 보느라 마음껏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저는 왜 그래! 난 작가도 아니야! 작가 안 해 그럼! 내 멋대로 쓸 거니까 그냥 날 내버려 두어! 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행복했으며, 작가의 꿈을 가지고 뒤에서 노력도 했는데 말이죠.


이 글은 23년 12월에 쓰였습니다. 이 글이 보이신다면, 결국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거겠죠. 그들이 그리 못쓰는 글이라고만 하던, 고깝게 보던, 그 글로 무언가를 이뤘다는 거네요.


저는 자폐스펙트럼이라 SNS를 포함하여 사회적 활동을 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팔로워가 4000여 명 되는 SNS에서 글을 쓰며,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시선을 느낀다는 것은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네, 상처받았지만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진정성 있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제 세상을 꾸려나가는 중입니다. 그러고 나서 정말 깨달은 건, 어차피 모두 아주 어설픈 순간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무언가를 10년, 20년 동안 숙련 한다 해도, 완벽을 이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설픈 순간은 나를 키울 수 있는 순간이지, 나를 죽여야 하는 순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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