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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May 11. 2024

우린 모두 하나뿐인 명 산맥입니다.

하루는 조각일 뿐, 삼키기 힘든 조각.


과거는 다시 불러오고픈 안개 같은 꿈, 하루는 고작 한 조각에 불과하여라. 그러나 평생이란 것은 단 하나뿐인 명 산맥이라, 수십 계절 지나 펼쳐진 산맥의 경치가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하루는 겨우 조각에 불과한데, 삼키기 어려운 날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목구멍을 막고 상처를 내며 어렵사리 넘어간다.


지나치다 목젖을 치니 울컥하고, 헛구역질하며 이미 삼킨 날도 뱉어지려 한다.


간신히 고개 들어 입을 헹군다.


거울 속에 보이는 건, 빨갛게 부은 눈과, 부어진 마음.


눈물은 비가 되었고, 붉은 눈은 단풍이 되었다. 부어진 마음은 땅이 되어 부어질수록 쌓여갔다.


그렇게 명산맥을 조물 했구나.


산맥을 조각에 담을 수 없다. 그러니 나 조각의 조각, 하루의 한 순간에서 산맥의 경치를 모두 논할 수 없다.


나를 ‘나’라고 밖엔 누군들 나를 무엇이라 할 수 있나.




당신의 긴 산맥을 한눈에 담을 수도, 조각에 담을 수도 없지만,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당신의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말하고 싶어요. 두 개여도 꽤 좋았을 텐데, 하나뿐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한 품에 안아주고 싶네요. 지금의 당신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산을 쌓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면서도, 정말 잘 해내셨어요. 어떤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지만, 듣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산맥이 어찌 쌓였는지 보아야만 아름답다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삶이었는지 전부 알 수는 없지만, 하나뿐인 길을 걸어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지금의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또한 당신 스스로도 그렇게 인정해 주기를.

그냥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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