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면. 내가 쓰레기가 되진 않았을 텐데•••
아이들은 종이컵 하나만으로도 즐겁게 논다. 그들에게 놀이는 배움이며, 이 배움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한계가 없다.
어느 날, 아기가 어디서 주워온지 모를 찐득한 테이프를 가지고 와서 어눌하게 "이게 뭐야?"라고 물었다. 아직 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할 만큼 어린 아기였다. 나는 별생각 없이 "찌지 찌지, 쓰레기야"라고 대답했다.
아기는 연연하지 않고 그 테이프를 손등과 장난감에 붙였다 뗐다 하며, 웃음을 터뜨리다가 앉아서 자세히 관찰하고 접어 붙여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가져와 “이게 뭐야?”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아마도 아기는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게 아니라, 그것으로 놀자고 관심을 끌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아기에게 스티커와 포스트잇을 잔뜩 주었고, 그는 내 몸에 그것을 붙였다.
내 몸은 아기의 메모판이 되었다.
곧 아기가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찌지 찌지"라고 말했다. 그의 놀잇감을 내 마음대로 쓰레기라 칭했고, 그가 그것을 배워 나를 '찌지(쓰레기)'라고 부른 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더라면, 나는 쓰레기라고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말이든 조심해야 하며, 그들의 시선은 어른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시선에 더 맞추려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