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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Dec 31. 2022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9)

CHAPTER1 - 04. 비용 계획

인테리어 비용은 크게 인건비와 시공비로 나뉜다. 전체 시공에 드는 개략적인 비용을 추산하기 위해선 공사를 공정별로 세분화하고, 각 공정을 인건비와 시공비로 나눠 예상 비용을 편성해보면 전체 견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큼직한 견적 외에도 운반비와 예비비, 식비 등을 별도로 잡아두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었다. 처음에 '비용' 란에는 예상 비용이나 견적 받은 내역을 써서 공사에 소요되는 전체적인 비용 구조를 한 눈에 들어오게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공정이 진행될 때마다 실제 지출한 비용으로 수정해나갔다.


인테리어가 끝난 후 최종 결산을 해보니 당초 계획보다 돈이 많이 든 공정도, 적게 든 공정도 있지만 대개 많이 든 공정이 많았다. 따라서 예비비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넉넉히 편성해두는 것이 빠듯하게 잡아두는 것보다 낫다.


실제 공정을 진행하다보면 당초 견적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소소한 추가 자재비라든지 운반비(양중비) 등은 계획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렵다. 일례로 우리의 경우, 타일 시공팀이 아침에 현장에 도착해서 당초 준비해둔 자재를 보더니 드라이픽스(타일 접착제의 일종)가 부족할 것 같다고 했다. (전달받은 것보다 넉넉하게 준비해둔 자재였지만 실제 공정에 들어가면 그것마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어떤 방법으로든 드라이픽스를 조달해와야 하는게 관리자의 역할이다. 오전 9시 타일 자재업체들이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시내 십여 군데 업체에 전화를 돌렸고, 다행히 운반비 4만원을 지불하면 점심까지 배달해주겠다는 곳이 있어 드라이픽스를 인도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지출은 예상하기 힘들지만, 전체 비용을 통제하는 입장에서는 발생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작업을 하러 온 기술자가 현장 상황을 직접 보고는 전화로 합의한 시공비에 웃돈을 얹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이 경우는 무작정 달라는 대로 주기보다, 비용이 추가되는 이유를 들어보고 협상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장의 경우, 미장·방수 공정에서는 기술자분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가져온 자재 일부를 사용했는데 이 경우 흔쾌히 일부 자재비를 보전해드렸다. 또 타일 자재업체에서 양중을 하러 오신 분도 추가 비용을 요구하셨는데, 아파트 입구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것이 아니라 반층을 내려와서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이 더 든다는 설명이었다. 양중해야 할 자재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에 달했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우리는 웃돈을 드리기로 했다.


목공 공정에서는 당초 목공팀이 시공해주기로 한 특정 부분을 기술적인 문제로 완성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우리는 급하게 다른 목공 기술자를 수소문해서 해당 공정을 마무리해야 해야 했다. 약 백만원 정도의 추가 인건비 지출이 예상됐다. 우리는 계약 업체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계약한 금액에서 일부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추가로 현장 폐기물 일부를 비용없이 반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정리하면, 인테리어 현장에서 실제로 지출되는 비용은 견적 단계에서 계획한 비용과 절대로 100% 동일하게 집행될 수 없다. 공정이 진행될수록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생겨나게 된다. 직영자는 그때 그때 변수에 대응하면서, 작업자들과 적절한 소통을 통해 이같은 지출을 융통성있게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작은 언쟁이 생길 수도 있는데, 셀프 인테리어를 처음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소통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작업자와 관리자는 결국 해당 현장을 함께 완성해나가야 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양보하는 자세로 대화로 풀어나가다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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