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횡단의 꿈

수영 버킷리스트 뿌수기(1)

by 서미

올해 내가 세운 버킷 리스트에는 수영과 관련된 계획 두 가지가 있다. 조금 부끄럽지만 밝혀보자면, 하나는 아마추어 수영 대회 나가기,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한강 횡단하기가 되시겠다.


올해 초 신년회 겸 오랜만에 모인 대학 동기들과 새해의 각오를 다지며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타이밍이 참 이상하게도 결혼할 마음만 먹으면 이별 통보를 당하는 친구는 25년에는 꼭 제 짝을 찾기 위해 결정사를 등록하겠노라 고백했고, 전세 계약이 끝날 때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친구는 대출을 왕창 껴서라도 제 명의로 된 집 한 채를 마련하리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너는?" 차례는 돌고 돌아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린 순간.

"나는... 수영으로 한강을 횡단할 거야!" 기세 좋게 외친 나의 말에 잠시 흐르던 정적의 순간이란. 착한 친구들은 '너 날마다 수영하더니 정말 용감하구나!', '역시 건강이 최고긴 해!'라며 부자연스럽게 큰 리액션과 함께 열심히 공감을 해주려는 노력이 보였으나, 곧 이어진 말은 이랬다. '왜 그런 사서 고생을...?'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3년 전, 근무지 이전으로 본가를 떠나 자취를 시작함과 동시에 불규칙적인 식생활과 생활 패턴으로 병원 신세 지기를 몇 번. 살면서 처음 맞아본 수액의 주삿바늘은 서럽도록 아팠고,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는 공포로 다가왔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어린 시절보다도 더 자주, 더 오래 아프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다 보면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뒤늦게나마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루하루 잘 챙겨 먹고 잘 자기 위해 노력했다. 무너진 건강은 한 번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2년간 꾸준히 수영을 해온 덕분인지 그 후로 병원에 갈 일은 없었다. 그래서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보다 건강해진 내 몸으로, 어디까지 부딪혀볼 수 있는지 말이다.

쉬는 날에도 틈틈이 체력 단련과 수영을 하며 손꼽아 준비해 온 경기 날은 다행히도 무척 쾌청했다. 일기예보에서는 며칠에 걸쳐 비가 내리고 흐릴 예정이라는 소식에 혹여 기상악화로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어서 오라는 듯이 맑은 하늘이다. 저 멀리 한강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코스에 가까워질수록 앞서 수영을 마치고 온 젖은 머리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는 얼굴이었다. 나도 얼른 눈앞의 한강 물로 뛰어들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출발선에 서서 차분히 준비 운동을 마치고, 심장이 놀라지 않도록 찬물을 뒤집어쓰면서도 어쩐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토록 바랐던 한강 수영이라니! 누구에게라도 이 마음을 토해내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저 너무 떨려요! 근데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어떡하죠?"

우연히 눈이 마주친 안전요원 앞에서 온갖 호들갑을 떨며 말을 쏟아내던 나에게, 그가 건넨 한마디가 이 순간이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냥 즐겨요!"


풍덩! 과감하게 물에 뛰어든 순간. 익숙한 수영장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속 세계가 펼쳐졌다. 초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금세 식을 만큼 시원한 수온과, 넘실거리는 조류가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다만 예상보다도 더 탁한 수질에 앞이 보이질 않았지만, 그조차도 하나의 재미라고 여기니 두려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터닝 포인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수영인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조언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다 와갈 때쯤 배영으로 들어와 보세요. 기분 끝내줄걸요?'


종착점에 다다르기 전,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집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평소의 맑은 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한강 물에 둥실둥실 떠서 바라본 하늘의 색이 예뻤고, 구름은 귀여웠고, 태양은 반짝였다. 꼭 바다를 떠도는 해파리처럼 울렁이는 조류에 몸을 맡긴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박제할 수만 있다면 참 좋을텐데.


오히려 종착점에 도착 후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난관이었다. 자꾸 헛발질하느라 매미처럼 매달려있었는데, 누군가 끌어올려 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미끄러졌을 터다. 막상 끝나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보니, 출발 전 짧은 대화를 나눈 그 안전요원이었다.


이번에 먼저 말을 건 사람은 그였다. 재밌었어요?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너무너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