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의 시선에서 설계한 도서관
예전에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면 도서관 1층 로비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강연을 한다거나 시민들이 직업교육, 오케스트라 공연을 경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꽤나 인상 깊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교육, 예술 활동, 휴식이 이루어지는 지역 중심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어떤 진입장벽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 하면 도서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서관이란 공간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꽤나 중요하지 않을까? 이 생각으로 한국 도서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의정부 미술도서관을 찾았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처음 건물을 들어갈 때의 문을 제외하면 따로 문이 없고, 어린이 서가와 일반 서가 간의 구분선도 없으며 이용자들을 관리하는 사서가 공간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름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질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미술관과 도서관의 결합을 이루어낸 건물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도서관이란 공간을 밀폐된 공간, 공부만을 위한 공간에서 열린 공간, 다채로운 성장 공간으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도서관의 기획자인 의정부 도서운영과 박영애 과장님이 제시하신 도서관의 키워드는 개방, 연결 그리고 신뢰와 자율이었다. 기획의 시작은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전문지식에 대한 불평등 그중에서도 예체능 분야가 정보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돼 미술도서관으로 결정하셨다고 하셨다. 도서관이란 공간을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개방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공간은 이러한 기획의도에 걸맞게 오픈 플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부에 있는 원형 계단에서 도서관 모든 공간이 보이게끔 완전히 트여 있고,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이후에 문을 열 일이 없다. 심지어는 어린이 열람실과 일반 열람실 간 구획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들 것이다. 소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여기서 과장님은 신뢰와 자율을 제시하셨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책임감과 자율성을 믿는 것이다. 서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공간은 동료 시민과의 관계성을 잘 느끼게 만들고 이것이 시민의식을 만든다.
과장님은 이를 두고 공간이 질서를 만들고, 시민의식으로 이어진다고 표현했다.
나는 이 공간과 이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해당 공간에서 도서관이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생활을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서울과 지방 간 차이는 바로 문화자본이다. 영화, 책, 공연 등 모든 문화행사와 시설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서울 자체가 개방되어 있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찾고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러면 이런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개방되어 있고 어느 지역이나 있는 공간인 도서관이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그런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