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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May 29. 2017

콩나물과 콩나무의 차이

잭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잭.

5월도 벌써 29번째 만났고 이제 그녀도

때가 되었다. 어느새 작년에 했던 것처럼 나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두꺼운 옷들을 벗었다. 마치 껍질을 벗듯이 말이야.

 너가 연락을 안하면 나도 거의 너에게 연락할 일은 없지. 암묵한 약속처럼 ...

얼마전에 메인 프로필에 올라 온 너의 짧막한 메시지에 놀라고 말았다. 정리 라는 단어 때문이었지. 뭘 정리하고 싶은 지 모르겠다. 많이 쌓아두고 있었니?

정리는 어지럽다는 뜻인데... 나는 여전히 청소중이야.  내 몸에서 머리카락을 없애는 걸로 청소를 했는데, 마음이 좀 깔끔해진 기분이었지. 두 번 정도 없앴는데  머리카락이 짧은 커트머리가 되었어.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센 언니가 되고 싶어 그런 줄 알겠지. 사람들은 여자가 머리를 밀어버리면 개같은 개성과 병자로 보는 거 같아.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머리를 밀고 싶을 때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을까?


 머리를 밀어 본 결과 아주 어린 아이, 스님, 연예인, 정치인, 뭐 이런 거 아니면  머리카락을 빡빡 밀 이유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일반 사람이 머리를 밀면 그건 굉장히 뭔가 있기 때문이야.  사회성을 단절해야 하는 가장 큰 짓이 바로 머리를 빡빡 미는 거야. 남자는  덜 하겠지만 여자는 그래.

 내 머리카락도 콩나물 물주면 잘 자라듯 쑥쑥 자라줬음 좋겠다. 머리 짧아서 좋은 점은 머리 감는 것 간단하고  방바닥과 하수구에서 긴 머리카락을 발견하지 않아서 좋아.  

 겨울에는 머리가 시려워 두통이 올 정도로 혈압에 예민한 사람은 머리를 밀고 싶으면  겨울에도 털모자를 써야할 판이야.


 오늘 콩나물 자란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옆길로 샜네.  내 편지는 꼬박꼬박 확인해 보는 거 같더라. 너도 답장을 해주길 바란다.  너하고 나하고 비슷한 점은 말이지. 동화속에 산다는 점이 같아. 현실성이 좀 떨어져보여. 너는 항상 높은 데를 추구하더라. 아마도 그 모험심은 히말라야를 정복하고 싶은 등산가의 꿈과 비슷해 보여.


 너에게 콩나무라는 환경이 조성 되면서 너가 품고 있던 모험심이 발휘되었지. 너가 겁쟁이였다면 결코 그 높은 콩줄기를 올라갈 수 없었을 거야.

히말라야 산이 있어서 항상 등산가가 있듯 우리가 꿈을 꾸는 건 바로 그 꿈을 실현할 환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당연한 얘기한다.  그래 난 항상 거의 당연한 얘기를 하곤 해. 지루해?


지루하면 껌씹어. 단물이 빠질 때까지 씹으면 잠시 덜 지루할 거야. 그대신 턱은 좀 지루해지지.

콩나물과 콩나무의 차이가 뭘까?

콩나물은 뽑히는 거고, 콩나무는 심어서 열매를 볼 때가지 안 뽑힌다는 거 그 차이로  한번 생각해봤어.


콩나무 자라는 거 오늘 찍었어. 봤지? 벌써 쭉쭉이로 컸더라고. 밤새 재네들은 위로 자라느라 바빴어. 지금이라도 당장 뽑아서 냉장고에 넣을까 생각 중이야. 찬 곳에 보관하면 성장이 멈추잖아.

 찬곳에 들어가면 성장이 멈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 줄  아니? 그거 죽은 거는 아니지.  당근.

단지 멈추어 있을 뿐이야.

북한과 남한이 대치된 휴전상태가 뭐라고 생각해?그것도 성장이 멈춘 거 같은 그런거야. 냉전이라는 용어를 쓰잖아.


 우리가 쓰는 언어에서 냉하다, 차다라는 단어와 이미지가 들어 간 것은 모두 성장이 멈추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 자기의 성장이 뭔가 멈춘 느낌이라면 그렇다고 절망 하지마, 그건 잠시 멈추었을 뿐이야. 잠자는 것도, 죽는 것도, 그것도 모두 성장이 멈춘 거야. 그건 크게 보면 죽은 게 아니야. 죽음은 소멸이야.


 잭, 너는 사람이 몸만 죽는다고 생각해?

영혼을 믿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사람에게 있는 영혼도 절대불명이 아니야. 그것도 수명이 있어. 영혼도 에너지니까.

 흩어지면 무로 돌아가. 무가 좋다고 무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인간들도 많지.

 무가 된다는 거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 있어. 그냥 아무것도 없는 거지. 이름을 붙일 일도 없고. 존재의 껀덕지가 없는 거.


 그냥 복잡한 용어로 종교적 전문 언어로 인간들의 머리를 희롱하고 자기들 세계의 고유성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가르칩네 하면서 거들먹 거리며 어려운 소리 껌씹듯 쫙쫙 해대는 세계는 빨리 종식되어야 해.  그건 지식으로 단계를 지어 일종의 명예와 권력으로 사다리를 만들 뿐이야.

 돈으로 사다리를 만들던가. 지식으로 사다리를 만들던가. 하여튼 인간은 자연을 닮아서 그렇게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

 자연이 그렇게 편가르기 한다는 거 몰랐지?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단순해.

무거운  건 가라앉고 가벼운 건 뜨는 거.

몇 개 정도는 이 논리에 대입할 수 있을 거야. 항상 예외가 존재한다는 전제는 있어.

예외 가지고 말싸움 하지 말자. 머리 아파.

너 혼자 예외는 머리 쓰고 연구해 봐. 나는 80% 가능성에 일반성에  더 신경 쓸테니까.


 콩나물은 컴컴한 보자기에  씌여져 물 먹고 자라 뽑혀서 내 입에 들어가

콩나무는 햇빛 쨍쨍 받아서 꽃피고 열매 맺어 가을에 타작 받아 콩알이 톡톡 나와서 저랑 똑같은 애 만든 다음에  잘 쓰여지면  어디에라도 쓰여질테지만,  어쨌든 다시 존재 할 수 있는 후손을 두는 게 콩나무야.

콩나물은 절대 후손 못 둔다. 그냥 뜨거운 냄비에 들어가지.

 이렇게 같은 콩이라도 어떻게  쓰이냐 용도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

 잭, 너의 용도는 뭐니?


증산도 도전에서 본 거 같은데,  천지공사라는 일종의 미래형 프로그램인데 그 자연의 시스템에서는 강권을 가진자들과 도둑놈들을 콩나물 뽑히듯 한다는 구절이 있어.

한 옴큼 움쑥 뽑아내는 걸 표현한 거 같아. 난 그게 세상에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 연구하면서 보고 있어.

 자연은 어느 때는 강권과 도둑도 용납하는 때가 있고, 어느 때는 그것을 뽑아내는 때가 있나보더라고.

선악과 희비가 교차하면서 이 세상은 모순속에서 흘러가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모순이 모순이 아니고 그냥 자연의 일부분이야.

 불과 물은 서로 성질이 다르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때로 조화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처럼.


  잭, 어린 아이들은 알까? 너가 도둑질을 했다는 걸. 하프와 황금알을 낳는 닭을 거인에게서 훔쳤잖아.  그리고 너의 엄마는 닭까지 죽였어.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너를 기억하는 건?

모험심이었지.  근데... 웃기지 우리가 읽었던 수많은 동화에는  모순 투성이란 거?

 그걸 질문해 낼 수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아이가 다 자라 어른이 되어서 그 모순을 겪고 나서 동화가 동화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돼.

동화가 선만 가르치는 줄 알면 그거 코웃음 쳐도 돼.

악도 가르쳐 준다는 거지. 환경이, 꿈이, 그것을 꾸는 누군가... 씨앗들은 그 동화를 보면서 자기 식대로 이해한다는 거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자라는 거지.

 그래서.... 제 갈길을 가는 거 자기도 모르게 말이야 자기 타고 난 대로...

 증산도 도전에는 멋진 말이 많은 거 같아.

인간은 채우고자 하는 것이 욕심이래.

악으로 채워도 욕심이고 선으로 채워도 욕심이라는 말...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말씀인 거 같아.


  ----오늘도 나는 뭘로 배를 채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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