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대장 산타들의 미팅

by 밴쿠버이작가



산타의 일기

12월 26일


대대적인 날이 끝난 다음 날. 산타 세계에서는 연말 산타 회의가 열린다. 일 년의 좋았던 점, 고쳐야 할 점, 감동적인 순간을 공유하는 유일한 자리다. 북미 산타, 아시아 산타, 북극 산타, 유럽 산타, 남미 산타, 아프리카 산타, 오세아니아 산타 그리고 나, ‘대산타’. 총 여덟 명이 모이는 대륙 산타 총집합이다.




코비드 시절에는 화상으로 열렸지만, 이제는 대면으로 다시 모인다. 역시 코로나는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기였다. 코로나로 가족들과 살 붙이고 지내던 각 대륙 산타 할머니들도 “이제는 제발 나가서 일 봐줘요, 2인치는 늘어난 뱃살도 좀 어떻게 해보라고요!”라는 반란도 받아드려 올해는 모두 모여도 된다는 결론이 났다.



각 산타들은 성향도 다르다. 북미 산타는 모든 게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너무 중립적이라 다들 속이 터질 지경이다. 아시아 산타는 준비, 준비, 또 준비만 하다가 끝을 못 보지만, 계획만큼은 누구보다 완벽하다. 북극 산타는 요즘 녹아내리는 눈 때문에 걱정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씩씩하다. 유럽 산타는 말이 앞서는 이상주의자라,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세계 평화가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남미 산타는 12월 25일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느긋하지만, 그의 유머를 능가할 자는 없다. 아프리카 산타는 우리 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즐겁게 맞이하는 산타다. 오세아니아 산타는 유일하게 반팔 반바지 산타복을 입고 다니는데, 성격도 옷처럼 시원시원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대대장 산타. 이렇게 여덟 명이 매년 연말을 함께 보낸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회의 이야기를 길게 들려줄 생각은 없다. 세상 어른들이 늘 하듯 연말결산, 현재 고민, 미래 계획으로 시간을 채워버린다면, 산타들마저 그런 식이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매직컬’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대대장 산타로서 그런 대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수고했네. 올해 잘 쉬고, 내년도 잘 부탁하세.” 겨우 그 세 마디로 우리는 미팅을 끝낸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또 주름이 늘었네 하고 웃고, 달팽이 주름 크림 하나씩 나눠주고, 건강 이야기 몇 마디, 올해 가업을 이을 새로운 아기 산타 소개 정도. 우리는 그 정도로만 연말을 마무리한다.


7명의 대장 산타들과 간단한 식사와 샴페인 한 잔을 나누고 나면, 우리는 각자 다음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 우리의 이동 수단이 루돌프라고 생각한다면—그건 크리스마스 이븟날 만 가능한 일이다. 루돌프는 일 년에 1번만 사용하기로 한 서약 때문이다. 그리고 루돌프들도 올해부터 또 월급인상을 해달라고 한 탓에 돌아가자마자 골치 아플 일 투성이다. 아휴. 어쨌든 12월 24일 그 이전과 이후에는 우리 산타들도 버스, 자전거, 건강한 두 다리, 배, 전철등을 사용하는데 그중 나는 비행기 서비스를 정말 사랑한다. 얼마나 친절하고 편한지. 가끔 엑스트라 익스텐션 벨트가 필요할 뿐 밥도 나오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있고 말이다.



올해도 아시아 산타는 핫템을 들고 왔다. 매년 산타회의에 아시아 산타가 개발해 오는 특수 수염 코팅 스프레이가 있다. 참 고맙지만 차마 이 말을 하지 못했다. 효과가 없다고 말이다. 사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면 내 수염에 안 달라붙는 게 없어 매번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해 보는데 아직 잇템을 찾지 못했다. 어서 찾고 아마존 프라임을 좀 끊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람 한점 없고 아늑한 비행기는 참으로 감동적인 여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올해도 잘 마무리되어 너무 다행이다.


이제 다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또 한 해를 기다려 본다. 그나저나 올해 아시아 산타가 또 NEW 수염 스프레이를 7통이나 들고 와 나눠 주었는데 옆집 마틴이 더 대머리가 되기 전에 몇 통 나눠줘야겠다. 내년엔 제발 그의 실험이 성공적이길 바란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