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산타家

by 밴쿠버이작가





Santa is Santa. He has no other name, no nickname. He is just Santa.

산타는 산타다. 다른 이름도, 별명도 없는 그냥 산타는 산타다.


지구 둘레는 약 40,075km라고 한다. 상업용 여객기 평균 속도 약 시속 900km/h일 경우 이론적으론 대략 44-45시간 걸린다 볼 수 있단다. 현실적으론 연료보충, 승무원 휴식, 날씨, 항공 교통 때문에 3-5일 정도 걸린뿐더러 현재 존재하는 가장 긴 논스톱 비행은 싱가포르에서 뉴욕정도로 최대 18-19시간의 여정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말도 안 되는 상상에다 수학적 근거로도 접근 못하는 아이들에게 믿으라 하는 존재가 ‘산타’다.

조금 너무한가 싶다. 두 팔, 두 다리와 뛰어난 두뇌를 갖은 우리 인간에게 불가한 일이 산타에겐 가능하다니. 시차가 있어 가능한 걸까…? 인간이 만들어낸 만화책 같은 능력, 순간이동? 축진 법? 타임슬랩? 정말 산타란 존재는 깊게 설명하다 보면 이상한 점은 셀 수 없어 사실 아이들에게 시작한 이야기와 달리 한 번도 끝맺은 적 없다. 이런 얼토당토 안 한 사실을 안고 살다 어느 작가의 책에서 이런 말을 읽었다. 산타의 1년은 12월 26일부터 시작된다고. 정말 맞는 말 같다. 25일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일한 산타에게 우리 직장인들처럼 “26일은 무조건 쉬는 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에 대단한 분량의 일이다. 전 세계 아이들의 선물량이라니 상상이나 될까. 한 부모가 된 이상 바쁜 일상중일년 딱 하루인 크리스마스 선물도 마냥 즐겁기보단 고민의 고민덩어리로 다가오는 해도 있는데 우린 그런 부담스러운 고민을 단 한 사람인 산타에게 다 맡겼고, 그는 이 또한 실수 없이 전 세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주 옛날 옛적부터 말이다. 



고단할 수도 있는 산타는 과연 12월 25일부터 무엇을 하며 지낼까?

오랫만에 만난 드래곤과 짧은 담소를 나눌래나- 일하느라 땀난 부츠 벗어 던진후 쪼리하나 발가락에 끼어넣어 넓고 넓은 산속 안에서 둘이 만나 따듯한 얼그레이 차 한잔씩 배위에 얹어 놓을래나-


드래곤이 묻는다. ”그래 올해는 어땠수? “

산타가 답한다. ”똑같지 뭐- 넌? “

드래곤이 답한다. “나도 뭐- 올해는 작년보다 더 불려 다닌 거 같아. 아주 판타지 소설 가들이 늘어난 거 있지- 아이디어가 늘 똑같아, 뭐 그 덕분에 바빴지만. “


라고 말이다.


이제부터 <<산타의 일기>>를 조금씩 엿보자.

우리의 상상대로 그의 일상이 정말 드래곤과 쪼리로

시작하는 말이다.



산타의 일기

12월 25일


일과를 맞췄다.


집에 도착해 하루 종일 입고 뛰어다닌 산타복을 어서 손빨래 해 널어버릴 생각에 벗어던지다 아찔했다. 산타 할머니가 직접 달아준 퐁퐁한 솜털 장식들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늘 조심한다는 것을 실밥이 드드득 뜯기는 소리에 제정신이 들었다.


오늘도 마음이 조금 급했나 보다.


늘 날 다잡는 노래.

Sia의 Santa’s Coming for Us는

나의 최애 빨래노래다.

누가 보는 사람이 있나,

내 존잴 알고나 있는 사람이 있나,

이 작은 빨래 방에서

윗옷 아래옷 다 벗어버리고,

속옷, 나시에 슬리퍼 두 짝.

25일 아침의 이 시간은 나의 작은 행복이다.



빨래 샴푸로 올해는 산타할머니가 시나몬 오렌지향을 어디서 구해왔는지 꽤나 맘에 든다. 거품이 많이 나니 늘 조금만 부어 쓰라는 산타 할머니의 잔소리는 꼭 일기 쓸 때 생각난다.


그러다 문득 가슴 철렁이는 일이 있었다. 산타복이 조금 찢겨 있었던 거다. 어제 노르웨이 초록지붕집 장식에 걸릴 때 찢어졌나 보다. 소리가 심상치 않았지 뭐. 잭슨(루돌프 1호) 도 분명 함께 들었는데 일정이 늦어질까 무시한 게 분명하다. 내일 식사 시간에 찾아가 한마디 해야겠다. 시치미 땔게 분명하지만.. 우선 산타 할머니에게 예쁘게 꿰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투덜거리며 늘 새것처럼 꿰매 주니 말이다. 벌써부터 한소리 들기 부담스럽다. 아 그리고..




여기서 내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철저히 이론적인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산타 세계로 갈지, 아니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산타의 세계관을 만들지, 그 중심을 산타에게 둘지, 혹은 우리 사이 어디선가에서 살아가는 그의 일상을 비출지. 아니, 그냥 이왕 쓰는 김에 두 세계를 모두 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해 사는 산타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혼자였던 산타일 수도 있고, 대가족에 둘러싸인 왕할아버지 산타일 수도 있다. 그는 혹시 인간적인 모습과 매직컬한 매력이 동시에 반영된 왈가닥 산타 일까? 내 이야기이니 내가 선택하겠다.


내가 선택한 산타는 대가족의 산타다.

산타의 할아버지도 산타였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산타였던, 대대로 이어져 온 산타 가문의 이야기.

나는 산타家의 산타다. 이어서..




아 그리고.. 매년 돌아오는 12월 24 일지만

4년 전부터 오늘이 익숙지 않다.


나에겐 대가족이 있다.

내 산타복을 꿰매줄 사랑하는 산타 할머니,

그리고 출가한 3명의 자식들.

그중에는 산타가 되는 길을 포기한 자식도 있고,

반대로 엘리트 산타가 되겠단 자식도 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하나가 더 있다.


4년 전부터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디너를 함께 하지 않게 되었다. 이 또한 익숙해질 거 같았는데 쉽지 않다.


내일도 바쁜 일정이 있으니 오늘은 어서 쉬어야겠다.




그의 일기를 계속해서 함께 읽어보자, 귀가 아주 밝은 산타이니 소리 내어 읽지는 말고, 우리의 눈, 눈으로만 읽어 보길 조심히 부탁한다.


Chapter 2에서 계속..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