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에 이르는 방법

by 유진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떠올리면 생각나는게 딱 하나 있다. '편안함에 이르렀나?' 라는 대사. 나에게 있어 편안함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더이상 불안도, 자기연민도, 기복도, 자기혐오도, 자격지심도 느끼지 않는 상태. 온 몸이 불행한 것들이 뭉쳐 생겨난 덩어리 같다. 스스로가 무가치하고 무력하다고 느껴질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오늘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동생과 다투고 기분이 상했다. 물론 동생이 욱해서 일방적으로 나에게 욕을 한거지만, (나는 진지하게 동생도 정신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서 집을 나와버렸다. 집을 나와서 온 곳은 작업실. 돈도 궁하면서 택시를 타고 와버렸다. 오는 내내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 마스크를 버려야 했다.

나는 번개탄을 산 적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조용히 죽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못 했다. 겁이 났다. 사실 죽으려고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 우리집은 층이 꽤 높아서 떨어지면 된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나는 죽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불편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나의 기분과 전혀 맞지 않는 캐롤을 들으며 작업실에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난 언제쯤에야 편안함에 이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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