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by 유진

나이를 먹어가며 가장 절망적인 것은 외적으로 찾아오는 변화뿐만이 아니다. 생기는 사라지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자신감 또한 사라진 지 오래다.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뜰 때 나를 조여 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나를 옥죄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런데 더 이상 도망쳐 숨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절벽 끝에 다다른 것 같다. 마주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뛰어내릴 용기는 없어서 남은 몇 초의 시간 동안 벌벌 떠는 것만 할 수밖에 없는, 오늘도 비겁한 나는, 불안이라는 이불을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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