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탄천에서 산책을 하던 중 구조한 아기 다람쥐가 있었다. 이름도 '고든'이라고 붙여주고 집도 사고 은신처도 사고 먹이고 이것저것 사고 최근에는 나무 횟대도 사줬다. 분명 그저께도 내가 건네주던 피칸을 받아먹던 고든이 인데, 오늘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일하던 중 연락을 받았는데 도무지 실감이 안 났다. 그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과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번갈아 들었고 멍했다.
요즘 라일락이 만개했다. 전에 키우던 몰티즈 또롱이도 이때쯤 떠났는데, 고든도 따라 떠난 걸 보면 라일락을 보며 본인들을 떠올려달라는 게 아닐까 싶다.
퇴근하자마자 인사도 못하고 헐레벌떡 가는데 내내 서있던 탓에 쉽게 속도가 붙지 않는다. 설상가상 버스도 놓쳐버렸다. 어서 가서 너의 온기가 더 식기 전에 만나야 하는데 말이다.
미안해, 발이 너무 아파서 버스를 놓쳐버렸어. 조금만 기다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