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미술관에는 스물여섯 살짜리 인턴이 있다. 일도 잘하고 싹싹하다. 다들 칭찬이 자자하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는 이십 대의 중반이긴 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리다. 나는 첫 사회생활을 스물네 살 때 했었다. 그때의 나는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많이 어렸다.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그때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왔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꼿꼿하고 주관적이며 단단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이미 지나온 것을 후회해야 뭣하겠냐만은.
나는 한때 내가 살고 싶어질까 봐 무서웠던 적이 있다. 나는 꼭 이십 대에 죽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죽을 것만 같던 이십 대를 지나와 삼십 대가 되었다. 그런데 나에겐 아무런 미래가 없다. 우울과 조울과 불안을 핑계로 앞으로의 내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미뤄온 것이다.
오는 9월에 나는 또다시 마드리드로 떠난다. 그때처럼 도망을 친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의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 주 6일 아르바이트는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