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요?

by 유진

나는 2년 전 한 프로젝트의 pm을 맡았던 적이 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살이 20kg 가까이 찌는 최악의 상황을 지내며 스스로가 장애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학부 때 인연이 있던 교수님을 무작정 찾아가 일을 시켜달라고 했었다. 교수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의 pm 자리를 나에게 주셨고 아르바이트가 아닌 출퇴근을 하는 일을 하게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일이 교수님의 제자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는데 내가 pm인 만큼 그들과 교수님, 그리고 일을 준 기관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가 몹시 중요했다는 것이다. 과대는커녕 학창 시절 때 반장도 못해본 내가 그런 역할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어쨌든 사업은 시작이 됐고 처음에는 인수인계를 받으며 나름 평화로운 날들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교수님의 제자들이 일에 투입되면서 시작이 되었지만 말이다.

사업은 5월부터 시작이 됐고 교수님의 제자들은 종강 후에 투입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들의 선배도 아닐뿐더러 ‘굴러들어 온 돌’이나 다름없었기에 한동안 사이가 매우 데면데면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리고 교수님이 책임 연구원으로 계시는 사업인 만큼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던 노력들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대학원생들과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고 교수님과의 사이도 돌이킬 수 없게 돼버린 거다. 지금 하는 일도 교수님의 사업의 일환인데 ‘걔 내 눈에 띄지 않게 해라’라고 말씀하셨을 만큼 나와 교수님의 사이는 멀어져 버렸다.

아무튼 그 일을 하고 핸드폰 번호도 바꿔버릴 만큼 사람에게 질릴 대로 질렸었다. 그리고 다시는 사람들 틈에서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간사하게도 다시 일을 하고 있고, 계약 종료를 앞둔 지금 또 다른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나는 대학원에 가려고 했었는데 도무지 미움받을 용기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때 나와 사이가 틀어졌던 대학원생들은 나의 선배가 될 것이고 어느 사업에 참여하든 나보다 높은 직책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이겨낼 만큼 강하지도, 이 일을 사랑하지도 않는 듯하다. 미움받을 용기, 그런 것 따위는 나한텐 없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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