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를 5년 반째 다니고 있습니다.
병원을 옮기기만을 다섯 번, 2017년 5월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심드렁한 표정의 선생님은 머리가 희끗한 남자분이셨고 말 몇 마디 만을 들은 후 ‘응 그거 우울증이야.’ 하시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 후로는 시집을 가라느니, 이상한 말만 해댔고 병은 더 심해져 대학병원에 다닐 지경이었고. 더 심해진 우울증과 조울증으로 2019년 가을에는 대학병원 폐쇄병동에 입원도 했었다. 내 삶은 거기서 끝인 것만 같았다. 사회에서 낙오자로 완전히 찍혀버렸구나, 나는.
시간은 흐르고 낫지 않을 것 같던 불면증은 부쩍 나아졌고 가벼운 우울감만이 남았다. 불안은 심해서 운전은 못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안정제를 다섯 알씩 삼킨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집에만 틀어박혀 있긴 하지만 나름 가끔은 용기 내서 외출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거의 출퇴근하다시피 계약직으로 일도 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아진 거 아닐까 싶다가도, 그동안 병에 잠식되어 있느라 낭비한 시간 동안 나를 훌쩍 앞질러간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내 인생은 완전한 실패작인 것만 같다.
최근 병원을 옮겼다가, ‘부모님이 대학원비 내주시면 대학원 가. 가서 안되면 그때 죽던가.’라는 말을 듣고 다시 원래의 병원으로 돌아갔었다. 내가 너무 휘둘리는 건가. 병원 치료보다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 난 낫고 있는 게 맞나. 정상인의 범주에 속하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아 정신이 없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려니 손에 안 잡힌다. 전에는 어떻게 했더라, 슥슥 잘 그려졌던 것 같은데. 그림이 이렇게나 어려운 거였던가.
저는 낫고 있는 게 맞는 걸까요. 언제까지 이 병에 나를 내어 주어야 하는 걸까요.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데, 내 삶은 너무 비참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