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공포증

by 유진

때는 2019년 10월, 정신병동에서 퇴원한 지 몇 주가 지났을 때였다. 나는 병원에서 급작스럽게 엄마와의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회복이 덜 된 채로 비행기를 타게 됐는데 그게 바로 나의 비행 공포증의 시작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장거리 비행은 물론 혼자 어디든 잘 다니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 후로는 안정제 없이 비행기에 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정신과의 선생님은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병원에는 비행기 모형이 있고, 각종 여행지의 레고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여행 이야기를 할 때면 둘 다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어쨌든 내 비행 공포증의 고충을 들으시더니, 다음에 비행기를 탈 일이 있으면 약을 주시겠다고 했다. 아마 안정제보다 더 나은 약인 것 같았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계획된 여행은 7월에 친구와 함께 떠나는 일본 오사카 여행이다. 일부러 돈을 더 내고 복도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창가 쪽에 타면 더 불안하고, 가운데 자리도 그렇기 때문이다. 나의 공포증은 어떠냐면, 우선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래서 안정제를 세네 알씩 삼키는데, 그마저 듣지 않으면 이륙하는 동안 ‘죽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온몸을 뒤엎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이륙을 해도 문제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난기류는 나를 괴롭게 만든다. 차라리 비행기 안에서 잠이 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들은 비행기 안에서 바깥 구경도 하고, 멀쩡한 정신으로 잘만 가는데 왜 난 이 모양인지. 왜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때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덜 했을까? 2019년은 여러 가지로 나에게 큰 시련을 준 해였다. 그럼에도,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나는 묵묵히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앞을 보고 가야겠다고 자그마한 용기를 가져보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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