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아빠는 술을 마시면 집에 있는 물건을 그냥 두지 않았다. 마구 집어 던졌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는데, 다음 날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 우리 집 물건이 뒹굴고 있기도 했다.
엄마는 무력했다. 나는 아빠가 엄마에게 큰 소리를 치고 엄마를 밀칠 때마다 울면서 우리가 다같이 웃고있는 가족 사진을 펼쳐 보았다.
두 분의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랐다.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린 나 또한 무력해서 아빠의 폭력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스물 네살, 처음 공황이 왔다. 스물 일곱엔 정신과에 갔고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편해질 수 있다면 그 지점이 죽음이라도 그쪽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서른 네살이 된 지금, 여전히 죽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럼에도 3주에 한 번 병원에 가고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는다. 여전히 엄마처럼 살기 싫고 아빠가 밉다. 자기혐오에 스스로가 잠식될 때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생각하고, 아빠에 대한 원망으로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한다. 2019년 가을 정신병동에 입원하고 퇴원을 하며, 나는 결국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난 여전히 용서와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 갈래에서 방황하고 있다.
어제 아빠가 mri를 찍고 오셨는데, 여러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