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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사 Jul 01. 2023

살아있는 모든 것은  불완전해서 아름답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밴드는 없어요. 오케스트라도 없어요. 이건 환상이에요.

  실렌시오(침묵) 클럽의 진행자는 이 말을 남기고 연기와 함께 사라진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는 ‘알 수 없는’것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 앞에 나타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 미지의 인물들,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사건들. 그들의 이야기도 관계도, 장면의 연결까지도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없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배우라는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고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불안과 설렘 사이를 넘나드는 두근거림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1부에서는 모호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야기가 두 시간가량 펼쳐지고, 2부에서는 한 사람의 삶이 보인다. 결국 죽음에 이른 삶을 보고 나면 앞에서 보인 두 시간이 얼마나 애틋하고 절박한 행복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떤 불행은 행복 때문에 깨닫게 되고, 어떤 행복은 불행으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그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보고 나면, 앞선 두 시간의 이야기를 내 삶에서 본 것도 같고, 앞으로 보게 될 것도 같아서 자리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하게 된다.      


  올해 서른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상 어쩔 수 없게도 나의 20대가 완료된 것이다. 20대를 생각하면 즐겁고 행복했지만, 많이 아쉽고 후회도 된다. 20대는 ‘시작’으로 가득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고, 추억이,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의심하느라 작아졌다. 그래서인지 그런 날들의 기억은 모두 불안하고 초조했다.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몸을 담가 본 적도 없었고, 소중한 순간을 오래 붙들고 있는 법도 몰랐다. 그래서 20대는 힘없이 놓쳐버린 순간들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동안, 그 일에 대한 설렘과 나에 대한 기대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의 난 알아차리지 못했다.     


  예전에는 행복을 긍정의 결정체라고 착각했다.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그래서 불안정한 것들은 행복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삶이 불완전으로 가득한 이유는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20대는 끝났지만, 내가 추억하는 20대는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다. 불안정하다는 건 얼마든 다시 기억되고 변화될 수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로 불완전한 것들과 기꺼이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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