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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사 Jul 06. 2023

누군가의 행복한 기억 속에는
우리가 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

  오늘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밤이 오면 온갖 생각이 든다. 생각의 끝에선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가장 좋은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라고 답할까. 나의 순간을 뽑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을 의식하게 된다. 과연 이건 내 생에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나. 그런 순간이라면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어떤 경험이라던가, 그 일이 훗날 내게 영향을 끼쳤다던가, 혹은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일이어야 하지 않나. 하다못해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경험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 이후의 공간을 담고 있다. 죽은 후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3일 이내로 찾아내고 그것이 영화가 되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영화의 기억만을 가지고 저세계로 떠난다. 누군가는 살았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어릴 적 추억을, 일상을, 특별한 경험을 택하게 된다.   

   

  나 역시도 살았다는 증거를 택할 것 같다. 그래서 연극이 좋았다. 다른 사람이 되는 순간, 나를 가장 잘 써먹을 수 있었다. 내 호흡을 통해 나오는 인물은 극 중 인물도 아니고 나도 아니지만, 나다운 누군가였다. 그렇지만 연극을 오래 한 것이 아니어서 이런 순간을 택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짧게 쏟은 마음도 애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난 그때 행복한 추억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어.
그리고 50년이 지나서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단 걸 알았어. 정말 멋진 일이야.     


   <원더풀 라이프>에서 중간 세계의 일을 하는 직원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직원으로 생활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자신의 추억도 택하게 된다.     


  오랜만에 연극 동아리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공연하던 이야기를 나눴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 돌아본 우리는 참 어리고 예뻤다. 대화가 끝날 무렵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빛나는 순간을 함께 추억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 친구는 나보다 연극에 오랜 기간 깊게 애정을 쏟았던 사람이다. 대단하기도 그래서 부럽기도 한 친구이다. 그런 친구의 추억에서 나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왜 그 추억을 소중하게 되돌아보지 못했는지 미안해진다.      


  나를 믿지 못하는 밤은 남에게 기댄다. 남의 추억을 생각해 본다. 그 속에 나도 들어가 있을 어느 날을 기억한다. 그래도 아쉬울 때면 나의 어떤 순간마다 함께한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우리는 서로가 아는 뻔한 말을, 들어 본 적 있던 말을 수시로 들으려 한다. 그러면 지치지 않고 우린 서로의 빛나던 시절과 빛나는 지금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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