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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사 Aug 10. 2023

함께하고 싶지 않은 소중함

영화 <김종욱 찾기>

  소설을 읽을 때 엔딩은 읽지 않고, 호두과자는 꼭 마지막 한 개를 남겨두는 사람. 영화 <김종욱 찾기>의 주인공 지우는 말한다.    

  

  그래야 마음이 놓여요. 끝을 안 내면 좋은 느낌 그대로 두고두고 남잖아요.   
 

  그런 이유로 그녀는 10년 동안 잊지 못하는 첫사랑을 찾지 않는다. 매 순간 십 년 전의 감정이 떠오르고 불현듯 첫사랑과의 추억이 일상에 틈입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그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십 년 전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 지우와 ‘첫사랑 찾기 사무소’ 대표 기준의 우여곡절 첫사랑 찾기 대장정을 다룬다. 자의가 아닌, 아버지의 권유로 첫사랑 찾기를 의뢰한 지우는 첫사랑을 찾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녀가 경계하는 것은 늘 같은 것이다. ‘실망하면 어떻게 해요?’ 자신이 첫사랑에게 실망할까 봐, 혹은 첫사랑이 자신을 보고 실망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 결말은 십 년 전의 낭만과 그리움을 모두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지우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은 기준은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용기가 없어서 그 말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 말 꺼낼 용기가 안 생긴 거더라고요.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거죠.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여행 같은 시기가 찾아온다. 일상을 벗어난 그 시기는 지속되지 않아서, 어느새 끝나버려서, 더욱 소중해진다. 추억이 되어버린 시기를 여전히 그리워하면서도 끝까지 가지는 않으려는 마음. 좋았던 그때 상태 그대로 묻어두려는 마음.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됐다. 그리고 절실하게 사랑하지 않아서라는 기준의 말도 알 것 같다.      


  일상을 벗어난 순간을 붙잡고 끝까지 함께하면 어느새 그 순간은 일상이 되어버린다. 온전한 일상은 아닐지라도 일상의 일부가 된다. 그걸 참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나의 특별한 순간이 평범해지기를 원치 않는 마음. 특별하다 느꼈던 존재나 감정, 순간이 그저 그런 흔한 무엇이 되길 허용하지 않는 것. 딱 그 정도로 덜 사랑했던 것. 절실하지 않아서 포기했단 건 그런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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