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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현 Jan 02. 2021

Sunlight and Tree

what I love

 



 우리 집은 복층 오피스텔이다. 이층 내 침대에서 바깥쪽을 향해 누우면 창 너머로 나무 한그루가 눈에 띈다. 작고 막대사탕처럼 생긴 나무다. 조금의 굴곡도 없이 하늘로 길쭉히 뻗어있다. 가지들이 그 끝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덕분에 잎들은 옹기종이 예쁘게도 모여있다. 주변에 다른 나무 없이 혼자 꿋꿋이 서있는 저 나무는 어쩐지 자꾸 마음이 간다. 잠들기 전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작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나무는 내가 어떻게 피할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늘 서있어 주는 것이 이내 반가운 마음으로 찾게 되었다. 두어 달 바빠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오랜만에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가 생겼는데 그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추워진 만큼 어느새 초록빛을 다 벗어버리고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잎이 있을 때보다 훨씬 볼품없고 앙상하다. 그래도 곧은 기둥은 제가 나무임을 당당히 말해준다. 씩씩하게 살아주어서 고맙다. 흙이 더 넓게 펼쳐진 곳에 살았다면 훨씬 멋있게 자랐을 텐데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는 저 나무가 없어지면 너무너무 슬플 것 같다. 내 많은 이야기를 담아놓은, 위로를 받은 푸른 잎들을 다시 볼 수 없다면 나는 주저앉아 펑펑 울 것이다.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햇살을 유난히 좋아했다. 해가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이면 쉬는 시간마다 나가 광합성을 한다며 두 팔을 쫙 펴고 햇살을 마음껏 음미하곤 했다. 그게 광합성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쯤부터니까 초등학생 때였다. 사람도 광합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만 보면 가슴을 드밀고 옴 몸으로 빛을 빨아들였다. 이제는 해변가에 누워 비키니만 입고 태닝을 하게 된 어른이 되었지만 오일을 바르고 몸을 태우는 햇빛은 광합성용 햇살과 무언가가 다르다. 어느 날은 내가 정말 광합성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온몸 구석구석 따스함이 스며들어 꼭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늘 창가를 좋아한다. 매일 타는 버스에서도, 식당이나 카페에서 자리를 잡을 때도, 여행하며 숙소를 잡을 때도 창가 옆에 해가 들이비치는 곳을 본능적으로 택하곤 한다. 창 너머로 해가 들이비치는  색, 모양, 따스함 정도 모든 것들이 좋다. 그러고 보니 냄새로 장면을 기억하는 것처럼 햇살의 모양이나 온도, 색 같은 걸로 장면을 기억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나무다. 이전 생에서도 나무였으면 좋겠고, 다음 생에서도 나무였으면 좋겠다.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도 괜찮다. 누군가가 내 존재를 기억해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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