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되는 컬러링

by 불꽃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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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학창 시절에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다.

미술 점수는 항상 중간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성인이 되고 혼자 자취하며 사회생활을 할 때쯤, 그냥 뭐에 이끌리듯 미술관을 가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 초년생 때 살았던 곳이 서초동이었고, 마침 집 앞에 예술의 전당이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ㄱ'자도 몰랐던 내가 그냥 이름만 들어봤던 화가들의 전시회를 보러 가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림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돌아오던 그때.

화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에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무엇을 보고 그렸는지도 모른 채 심지어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던 그때.

그럼에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림에 대한 잔상이 남아 계속 곱씹어 떠올렸던 그때.

돌이켜보면 일상에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힐링을 느꼈던 때이지 않나 싶다.

내가 그림을.. 좋아했었나?

난 그림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어떤 화가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화가의 어떤 그림이 유명한지도 모르는데.

처음에는 그냥 가서 보는 게 좋았다. 그러다 좋아하는 화가가 생겼고, 화가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듣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림에 대한 다른 세상이 열렸다.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즐거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빠 내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는 핑계로 미술관을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그래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컬러링을 하면서 많은 쉼과 즐거움을 얻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홀로 음악을 들으면서 즐겨하기도 한다.

색의 조화라든지, 배색이라든지, 그런 건 모르겠다.

그냥 내가 보기에 좋은 색, 손에 닿는 색으로 칠하는 그 행위 자체가 즐겁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쉬었다가 이어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가능하다면 직접 그리는 것도 배워보고 싶다.

엄두가 나지 않지만 정답은 없는 거니까. 사람은 평생 배우면서 산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게 아닐까.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내 영혼을 그것에 쏟아붓는 그 시간이 정말 즐겁다.

그래서 작은 장난감이라도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보이나 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멋있듯이.

삶이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로 인해 쉼이 되고, 위로를 받고, 살아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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