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여유 찾기

by 불꽃장작

"쟤를 보면 인생 2회 차인 것 같아요~"

4살 둘째를 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어린이집에서 하는 수업에 "해볼 사람~"하면 1번으로 손들고 망설임 없이 척척, 사용하는 단어도 4살 같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한 번은 호두과자 가게에 갔는데 연세가 있어 보이는 사장님께 "사장님~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라고 말해 서비스를 받아온 적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인생 2회 차가 아니라, 3살 위 언니의 모든 모습을 보고 따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다면 모든 게 조금은 더 쉬울까.

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도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아니라 버겁고, 허무할까.

나에게 주어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인생도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미경 강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과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잠시나마 쉬어 가게 해주었던 취미들이 의무적으로 했다는 뿌듯함인지, 진정으로 나에게 쉼을 주는 일들이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워킹맘으로 아이들 챙기고, 일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빨리 끝내놓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어떤 것에서 쉼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안되니 답답하고, 자고 일어나도 숙제가 이만큼 쌓인 것처럼 개운하지가 않다.

차라리 지금 당장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조금은 여유를 갖는다면 그게 더 나를 숨 쉬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시간의 틈이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서울대공원에 다녀왔다.

코스대로 걸으면서 아이들에게 설명도 해줘야 하고, 힘들다고 하면 안아줘야 하고, 유모차도 끌어야 하고, 아침부터 아이들 먹을 점심과 간식을 준비하면서 힘든 하루를 예상했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 견딜만했다.

그러다 세 번째로 마주한 기린을 보았는데,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기린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왜 동물원을 아이들과 많이 다니면서도 한 번도 어떤 동물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것도 마음의 여유의 문제인가.

그 이후로는 힘들다기보다는 동물들을 보는 일이 즐거웠다.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


물론 힘든 나들이었지만, 조금의 즐거움을 느껴서인지 피로도가 전보다는 낮은 것처럼 느껴졌다.

여유, 그놈의 여유가 필요하구나.

그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배려와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어간다는 의미도 시간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다르게 가져보자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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