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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안녕 Jan 21. 2024

신성한 도이수텝 사원에서...

남겨진 세 사람. 조금씩 회복중


 엄마는 독실한 불교신자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나는 '불심이 강한 불자다' 표출하는 사람은 아니고 홀로 절실히 믿고 조용히 기도한다. 그런 그녀에게 전설이나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졌다는 수백년 된 태국의 사원은 중요 성지순례 코스였다.

 패키지 여행의 특성 상, 몇 시간을 돌아도 부족할 사원에서 단 삼십 분의 관람이 주어졌다.  한바퀴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도 바쁜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법당에 들어 정성들여 절을 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불상은 생김새는 달랐어도 그녀가 늘 머리를 조아리는 한국의 불상과 크게 다를바없이 인자하고 근엄해보였다.

 그 낯설고도 낯익은 부처님에게 절을 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몸을 엎드린채 한참을 미동도 없이 웅크려 있었다. 곧 일어나리라 생각했던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순간은 비록 찰나라도 영원과도 같다. 머릿속에서 사진을 찍은 듯이.


  그 순간의 불전 앞의 그녀의 웅크린 모습을 나는 언제까지도 기억할 것만 같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간절한 기원은 어떤 것일까?

 아마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과 같겠지.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눈시울이 찡해졌다.

 남겨진 우리 세 사람, 그리고 지난 지난 6년간 하나 둘,우리를 떠난 사람들. 그들에 대한 명복과 그것을 능가하는 그리움. 어쩌면 긴 긴 시간 우리는 천천히 회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 곳에 와 있다는 자체가 그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난 몇 년간 그녀 또한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었따. 그리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먼 훗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것이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나도 슬픔을 견디어 내는 법을 배워두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삶이라는것이 무섭다고 느꼈다. 

 

  스님은 그녀의 기도를 받고 빗자루 같은 것으로 머리를 치고(아마도 복을 기원하는 듯한 절차인 듯한) 흰색 팔찌를 내어 주었다. 그녀는 돌아올때까지도 그것을 아주 소중히 차고 있었다. 소중한 보물을 바라보듯이.

 오랜만에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리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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