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엄마에게는 삐딱한가
정말이지.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엄마한테 나도 모르게 자꾸 딱딱한 어조를 가지고
말하는 게 왜 그런지 모르겠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 나쁜 년 하겠지.)
나는 구구절절하게 말하기 싫다.
그런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걸 보면
나도 그러기가 싫은 거다.
나는 언니들처럼 엄마한테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기도 싫다.
그냥 내 삶이다.
최소한의 관심이자 애정인데 나도 모르게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엄마에게
늘 그런 태도다.
모르겠다.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와서 아직 어색한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조금 고단한 것 빼고는
기분 좋은 하루였는데 엄마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내가 질려서 엉망진창이 된 기분.
얼마 전에 엄마는 나에게 부드럽게 말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나는 일주일도 채 안 되고
또 반복한 것이다.
꼭 범죄를 저지른 기분이다.
약간 절망적인 느낌.
그러니까 왜 지쳐있을 때 꼭 말을 거는지 모르겠다.
왜 내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를 기가 막히게
우리 엄마는 포착하는지 모르겠다.
그전에 전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조절을 못했다.
휴....
이렇게 오락가락이라니.
엄마가 무슨 죄라고.
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족에게 잘하는 그 날이
내 제삿날이 될 것 같다.
2020. 05.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