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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May 21. 2020

실수를 했을 때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혼자 다 먹으면

진짜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다.

고기를 구울 때 남이 착실히 굽는데

자기 입에만 꾸역꾸역 넣는 건 치사한 인간이다.

상사한테 깨지고 있는 나를 뒤로하고

보고서를 착착 소리 내며 정리하는 인간은

측은지심이 없는 인간이다.


아주 대단한 걸 보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을 보면 소위 각이 나온다.

아 저 인간은 뭐 대단히 큰 일은 못하겠구나.


우리 인간 중 대단한 일을 해내는 인간은 또 얼마나 많단 말인가.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인데 나는 그걸로 인간을 판단한다.(내가 인간과 사람을 번갈아가며 쓰는 이유는 고기씹을 때의 맛처럼 발음할 때의 맛 때문이다.)


첫 번째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변화하려는 마음이 없는 인간에게 아직까지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태생이 수정 불필요와 매력적인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실수를 했을 때의 태도이다.

이건 아주 중요하다. 인간들은 대개가 그래도 가장 일차원적인 보호막 안에서 만난다. 그러나 가끔 실수를 하면 그 보호막이 저절로 벗겨지는 것이다. 이럴 때 인간은 본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나의 경우 실수를 하면 몹시 허둥지둥하고 식은땀이 나고 또 다른 실수를 부른다. 그럴 때 예전에 진짜 낙담하고 나 자신을 비하한 무수한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괜찮다.

실수는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한 번의 붓질이 될 수는 있지만 전부를 대변할 순 없다. 실수했을 때 뻔뻔하지는 않으나 비굴하지는 않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며칠 전의 실수 때문이다. 그 실수 때문에 나는 진땀을 뺐다. 몰라서, 처음이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그래도 쪽팔렸다. 실수에 의연해지고 싶지만 아직은 멀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무너지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실수는 실수일 뿐.



고기나 먹으러 가야겠다.







2020.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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