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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Mar 03. 2021

#7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사소한 것

#7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 #7


  나는 언제나  사서 걱정을 하는 편이다.
막상  보면  것도 아닌 일들이 많은데 언제나 필요이상으로 겁을 먹는다.
 그런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냥 간이 작은  같다.
쿡쿡 웃음이 난다. 뭔 놈의  타령이람.

  방금 커피를 사 가지고 책방에 들어왔다.
‘잠시 외출 중’이라는 엽서를 책방에 붙여놓고 말이다. 우리 책방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집 이름은 ‘요정이다. 나는  요정이란 이름이 싫어서  가게가 열리기 전부터 이렇게 맘먹었었다. ‘저긴  갈래.’ 그런데 오늘도 손님은 나뿐인가 싶게 요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남자 사장님이 나를 맞아주신다. 카페 라떼를 주문하고 나는 잠깐 요정이라는 커피집을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커피를 파는 가게 부르는 명칭을 다들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카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때문에 올드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커피 전문점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커피숍은  올드한 느낌이고... 그래서 나름 절충한 것이 ‘카페였는데.... 비슷한   있다. ‘루주’. ‘립스틱 누가 ‘루주라고 부르냐고 나한테 가자미 눈을 뜨고 야유를 보냈던 동료들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도 옛날 세대니까 사물의 명칭을 부르는 것이 뭔가 어색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화운데숀’. 엄마의 ‘화운데숀 파운데이션을 말한다. 엄마가 화운데숀을 말하면 우리  누군가 하나는 반드시  말을 따라 한다. 그건 세월이 지났어도 어쩔  없다. 딸들이 많은 데서 오는 폐해일까? 폐해라는 말은 너무  걸까?

  아침에 택배 보내야  것들을 포장하고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자니 지금이 천국 같다. 나는  일을 사랑한다.  쓰는 .  머릿속 엉킨 실타래 뭉치를 한 움큼 꺼내서 보글보글 끓는 주전자의 김을 쏘이면서 하나씩 풀어간다. 평화롭다.

  우리 엄마는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다. 요즘 우리 엄마의 일은 대부분 병원에 다녀오는 일인 거 같다. 어릴 때부터 우리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셨다.  아주 오래된 단독 건물의 ‘김양일 내과김양일 의사 선생님은 돌아가셨을 거다. 내가 어릴 때도 흰머리가 가득하셨으니 말이다.  병원 기억이 보글보글 끓는 주전자의 김처럼 떠오른다.

  날이  좋다. 오늘은 3 3일이고  개나리고 진달래고   같다. 서른 무렵까지는 사계절 중에서 ‘여름 제일 좋아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모든 인간들도  겨울잠이나  버리지...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추위가  배는  크게 느껴져서 나는 여름이 좋았다. 여름에는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가게에서 술을 먹고 놀았다. 사람들의 생기가 넘실거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마흔이 지나고부터는 여름이 그렇게 생기로 다가오지 않았다. 한참 먹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눌어붙은 츄파춥스처럼... 뭔가 끈적이고 불쾌한 느낌.

  우리 엄마는 어떤 계절을 좋아할까?  나는 엄마한테  번도 그런  물어보지 않았을까? 오늘은  물어봐야겠다. ‘마더 북’이라는 . 엄마한테 권해봐야겠다. 엄마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  엄마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비가 오는  좋아하는지 눈이 오는  좋아하는지  어떤 것도  모른다. 엄마가 좋아하는 ... . 해산물. 해삼, 멍게...   먹지 않는  엄마는 좋아한다.

  책방 앞을 사람들이 지나간다. 각자의 걸음으로 각자가 가야 할 곳으로 걸어간다.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오늘의 평화는 내일의 평화를 견인할  없다. 그러나 오늘의 평화는  순간 나를 ‘더할 나위 없게한다.  더할 나위 없음이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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