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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Mar 31. 2021

B대면 데이트 | 뭘 제일 좋아해요?

#대화

#2 #제일좋아하는  #대화 #B대면데이트


뭘 제일 좋아해요?




               너무 광범위한 질문 아닌가요? 뭘 제일 좋아하다뇨? 좀 무성의한 질문 같아요. 하하하. 이렇게 무례하게 꼬집어서 미안해요.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또 막 말을 했네요. 미안해요. 뭘 제일 좋아할까요?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게 어떤 거였을까? 다시 생각해 보곤 해요. 전 라떼를 좋아해요. 그런데 진짜 라떼를 좋아할까? 하고 질문해 보면 솔직한 마음이 올라오곤 하죠. 캐러멜 마끼아또를 좋아하기도 하고 바닐라 라떼나 그 뭐더라...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다양한 커피를 좋아하지만 캐러멜 마끼아또를 먹자니 살이 찔까 봐 좀 겁을 먹어서 선택하지 않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캐러멜 마끼아또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아녜요. 그건 너무 달아서 질리잖아요. 아마도 이십 대 초반이었으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마끼아또를 골랐을지도 몰라요. 아메리카노는 가끔씩 먹으면 정말 개운한 느낌이에요. 특히 치즈 케이크랑 먹거나 할 때요. 그런데 계속 먹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뭐야 내가 왜 이런 쓴 걸 마셔.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난 제철 음식도 아니잖아.’ 가만히 생각에 생각을 물고 늘어지니까 제가 라떼를 좋아하는 건 차선책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걸 고르는 건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 같은 거죠. 이를테면 일주일을 한 끼만 먹는다거나 하는 거요. (아, 상상만으로도 너무 힘이 드는군요.)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당신은요. 나에게 질문한 당신은 어떤 커피를 제일 좋아하나요? 아! 전 비가 오면 ‘카푸치노’가 먹고 싶어요. 사실은 그날그날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뭘까요? 커피 하나만 봐도 이렇게 매번 달라지는데 제일 좋아하는 건 뭘까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하늘 좋아해요. 바다는 약간 무서워요. 나무를 좋아해요. 나무 사이에 비치는 빛도 좋아하고요. 아! 이걸 젤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비가 단연 최고죠.’ 이상하게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들떠요. 너무 좋아요. 좋죠. 아 상상한 것만으로도 좋아해요. 사람 중에서도 좋아하는 사람 많네요.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건... 고르기 어렵네요. 왜 순서를 정해야 할까요? 좋아하면 그냥 평등하게 좋아하면 안 될까요? 자꾸 쿡쿡 웃음이 나요. 제가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해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좋아하는 건 정말 많은데 제일 좋아하는 건 없어요. 이게 확실한 대답이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요. 실제로 우리가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에요.(실은 맞아요. 까다로워요. 미안해요.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해서...)

오늘의 대화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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