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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Apr 07. 2021

와인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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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대면데이트 #대화 #6 #와인좋아하세요



와인 좋아하세요?



     아... 전 술을 진짜 못 마셔요. 아니 마시기는 해요. 그런데 너무 금방 취해버려요. 맥주도 한 캔을 채 다 먹어본 적이 없어요. 술은 와인, 소주, 맥주 모두 못 마셔요. 막걸리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술이랑 별로 친하지 않아요.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요. 술을 엄청 잘 마시는 술고래였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아마도 술을 엄청 마셨다면 노숙을 했을 거 같아요. 원하지 않아도 그냥 길거리에서 자버리거나 그랬을 거 같아요. 그리고 원치 않는 수많은 관계들과 얽혀있거나 했을 것도 같고요. 조금 안타깝기도 해요. 망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거든요. 그런 게 저를 망가뜨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지금은요? 지금은 그 무엇도 나를 망가뜨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나는 나를 망가지게 할 수 있어요. 오로지 나만이 가능하죠.


     몇 년 전 같이 일했던 분이 와인을 아주 좋아해서 그때 처음으로 마셔봤어요. 아주 비싼 와인들도 먹었는데 신기하게 그건 먹어지더라고요. 그동안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싼 술이 안 받는 거였는지도 모르죠. 발효가 충분히 잘 된 술은 나도 먹을 수 있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발효된 음식을 참 많이 먹잖아요. 그거 다 좋아해요. 된장 진짜 좋아해요. 된장찌개는 제 소울푸드예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플 때 된장찌개를 먹으면 컨디션이 바로 회복되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몸 상태가 별로면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요. 요거트도 진짜 좋아해요. 치즈도 말할 것 없이 좋아합니다. 생각만 해도 맛있잖아요.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건 이거예요.


     바로 김치요. 요즘 김치공정이라며 김치의 종주국을 운운하지만요. 전 그건 정말 중국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고요. 전 김치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진짜 김치를 좋아해요. 모든 산해진미를 주고 김치를 안 준다고 하면 전 그 산해진미를 안 먹습니다. 김치는 어떤 김치든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김치가 총각김치고 그다음은 파김치, 고들빼기, 갓김치, 오이소박이, 깍두기, 배추김치 이런 순으로 좋아해요. 백김치도 좋아하고 또 부추김치도 좋아해요. 아무튼 김치는 진짜 좋아해요. 왜 둘리 만화 영화에 나오는 노래 있죠?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이거 맞나요? 전 진짜 김치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김치는 한국 거라고요. 무슨 논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누군가 그러더군요. 김치볶음밥에 김치를 올려서 먹고 동치미로 입가심하는 민족이라고. 맞잖아요. 아...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와인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를 답하기 위해서는 와인에 충분히 접했는지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김치는 충분히 어릴 때부터 접했지만 와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이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너무 좋아하면 떠올리는 순간 감각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너무 강렬하면 감각의 반응이 연결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레몬’처럼요. 전 김치 이야기를 하니까 김치가 먹고 싶어요. 맛있게 익은 김치는 진짜 맛있죠. 와인 이야기를 하다가 김치 이야기를 하니 좀 이상하죠? 대화가 뭐 그렇죠.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또 다른 곳으로 길이 나기도 하잖아요. 오늘은 정말 맛있게 익은 총각김치에 라면 먹고 싶네요.


     좋아하는지의 여부를 물을 때 좀 고민해 봐야겠어요. 제 인생에 좋은 질문들이 많기를 바라거든요. 아무튼 오늘의 대화도 즐거웠어요.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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